지난 화요일에는 기름값이 오른다는 뉴스에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자동차들이 주유소에 장사진을 친 것을 볼 수 있었다.
◇정부에만 기댄 경제
정부는 이러한 시기에 물가안정과 서민가계 대책의 일환으로 교통세의 탄력적인 운용 등 국내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몇몇 정책을 시행할 수는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은 유가급등이 다행히 단기적 현상으로 그칠 경우 완충적 조세정책을 통해 국내경제에 미치는 충격없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이 된다.
그러나 이번 유가상승은 단기적 현상이라기보다는 20달러 수준의 고유가가 내년 이후까지 지속되는 장기적 현상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언제든 다시 유가가 변동하면 정부는 대책마련을 위해 고민을 해야 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번 유가상승이 서민가계에 미치는 폐해가 단기적으로 너무 크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유류에 붙는 교통세를 조정하는 것보다는 취득 보유단계에 부과되는 세금을 낮추어주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것은 자동차 관련 세제를 합리화하고 환경 및 교통혼잡 개선을 위해 보유세보다는 주행관련 세금을 강화하기 위한 장기적 정책방향과도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기대책 이외에 이번 기회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최근 국제유가가 20달러를 넘어서면서 회복기에 접어든 우리 경제에 짙은 암운이 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유가상승에 대해 또다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현재 한국의 경제능력이 과연 20달러 정도의 유가때문에 정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수준인가? 또 언제까지 미봉책일 수밖에 없는 정부대책에 기대어 유가의 위험을 넘어야 할 것인가? 이제는 정부의 개입이 당장은 달콤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결코 한국 경제에 득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유가가 오르더라도 정부가 어떤 개입도 하지 않게 되면 시장이 스스로 사전적인 대처를 하게 될 것이다.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든지, 정유사가 해외 유전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든지 하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정부의 개입에 안주한 나머지 시장은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민간 능동적 대처 필요
정부의 개입은 단기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자생력을 상실하게 해 결국 점점 더 정부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을 부르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당장의 고통을 참고 시장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도 인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물론 시장이 정부의 모든 정책목표를 해결해 줄만큼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다. 경제에는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외부효과가 있으며 정부에도 시장에만 맡겨놓을 수 없는 정책목표가 많이 있다. 지난날 에너지부문에서 시장보다는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뒷면에는 이런 까닭이 있었다. 또한 우리 산업계가 이런 정부정책의 혜택과 도움을 많이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고도성장의 밑거름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보다는 시장이 전면에 나서는 근본적 대책 도입이 불가피하다. 시장의 자생력을 기르기 위한 이러한 과정이 단기적으로 고통을 수반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경제능력은 극단적인 유가상승과 같은 비상상황을 제외하면 충분히 스스로 사태를 극복할 기반을 갖추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정부에 기댄 관행에 의해 이러한 능력을 스스로 망각하고 있거나 아니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동기가 부족한데서 오는 도덕적 해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단기적 고통을 넘어 시장과 정부의 역할조정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어느 정도의 유가변동은 시장이 흡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조경엽〈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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