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올 페넌트레이스가 지난해와 같은 126경기였다면?’
2일 대구 LG전에서 국내 프로야구 첫 50홈런의 대기록을 세운 ‘라이언 킹’이승엽(23.삼성)을 두고 떠오르는 의문이다.
그의 대기록을 ‘평가절하’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50홈런을 꼼꼼히 분석해보면 그 뒤에는 몇가지 유리한 측면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먼저 대구구장의 덕을 톡톡히 봤다.
삼성의 홈인 대구구장은 인천구장과 함께 국내 대표적인 ‘미니구장’이다. 펜스까지의 거리가 좌95-중114-우95m.가운데 거리가 짧다는 것은 좌중이나 우중으로 홈런을 칠 여지가 많다는 점을 의미한다.
바람도 홈에서 외야쪽으로 부는 경우가 많아 홈런이 나오기엔 ‘천혜의 구장’.
이승엽은 이 대구구장에서 61경기를 치르며 무려 30개의 홈런을 쳐 냈다.두 경기당 한개꼴.
만약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잠실구장(좌95-중125-우95m)을 사용하는 두산이나 LG선수였다면 기록수립은 힘들었을 게 틀림없다.실제로 이승엽은 올해 잠실구장 19경기에서 4홈런에 그쳤다.
만약 지난해 잠실구장에서만 24개의 홈런을 날린 우즈가 삼성 선수였다면 50홈런 돌파도 가능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경기수가 지난해보다 6경기 늘어난 점도 이득이고 홈런 라이벌이 없었다는 점 역시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메이저리그의 새미 소사와 마크 맥과이어 같이 경쟁자가 있었다면 더 많은 홈런을 때려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승엽은 ‘승부욕’이 지나치게 강한 선수.오죽하면 지난해 치열한 홈런왕 다툼을 벌이던 두산의 우즈가 꿈에 나타났다고 했을까.
만약 추격자가 있었다면 부담감 때문에 제 풀에 지쳤을 가능성이 크다.올해는 자기자신만 컨트롤하면 됐다.
큰 고비를 넘긴 이승엽은 이제 10경기를 남겨 뒀다.게임당 0.41개의 페이스로 볼때 예상홈런은 54개.
하지만 아시아신기록(56개)이라는 또 한번의 ‘깜짝쇼’가 연출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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