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학교Ⅱ―이 땅에서 교사로 산다는 것’(4일 오후7시)은 이같은 교육 현장의 딜레마를 고민해보려 한 프로였다.
줄거리는 열린 교육을 실천하려는 한 선생의 고민과 좌절. 이재하 선생은 열린교육 방식으로 수업을 꾸려간다. 그러나 실력고사 성적이 형편없이 나오자 아이들은 ‘성적’을 위해 그 방식을 거부한다. 이선생은 사표를 생각하다가 옛 은사를 찾아가 “가르치는 것은 영원한 싸움”이라는 충고를 듣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이 프로는 사제간의 덕목이 사라져가는 학교 교육의 현실을 굳이 피해가지 않았다. 학생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선생을 재단했고 선생들도 인사고과 등을 따지는 샐러리맨임을 보여주었다.
“참교육은 어디가고 박광도 선생만 날뛰느냐” “담임도 순진하다” 등의 대사는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찾아볼 수 없는 학생들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성적 때문에 이선생의 교육 방식을 거부하는 대목에서 아이들의 영악함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같은 노골적 묘사는 역설적으로 열린교육의 의미와 필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연출진의 의도.
그러나 이 프로는 열린교육의 실체를 제시하지 못했다. 극 중의 대안 교육이라고 해봐야 특활 활동이나 수업 시간에 영어로 칭찬하기 정도로 시간도 고작 몇 분에 그쳤다. 이선생의 수업 방식을 원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나 항변도 없어 극적인 대비를 이루지 못했다. 그만큼 요즘 학교에서 이뤄지는 여러 대안 교육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뜻인가?
그 결과, 결말도 박광도 선생의 말을 빌려 “아이들은 휘어잡아서 대학보내주면 좋아해”라고 매듭지었다. 이선생도 자기 교육 방식을 포기하는 듯한 여운을 남긴다.
결국 이 프로는 거창한 제목과 달리 모두가 잘 아는 학교 교육의 ‘고질’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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