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발생의 책임문제에 대해서는 혐연권(嫌煙權) 또는 흡연권(吸煙權) 어느쪽 입장에 서느냐에 따라 견해가 갈릴 수 있다. ‘자기가 좋아서 피워놓고 이제 와서 책임을 떠넘기느냐’는 흡연자책임론, 국민건강을 책임진 국가와 담배의 해악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은 담배인삼공사에 당연히 책임이 있다는 국가 및 제조사책임론 모두 그럴듯하다. 아무튼 올 것이 왔다. 세계적 담배회사들이 휘청거릴 정도의 엄청난 손해배상을 물리고 있는 미국의 경우가 이젠 남의 일이 아니다.
▽미국의 담배소송 뒤에는 법률회사들의 집요함이 숨어있다. 지난해 12월 텍사스 등 3개 주정부와 담배회사들 사이에서 의료비 배상소송의 일괄타협안을 마련하는 데 성공한 변호사들은 총 81억6000만달러(약 1조원)의 보수를 인정받았다. 또한 담배소송 한건에 보통 수백억원씩 배상을 받아내는 미국에 비하면 이번 1억원은 새발의 피도 안된다. 그러나 이는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시민들의 잠자는 권리의식을 깨워 놓았기 때문이다.
▽흡연율 세계 1위, 폐암 등 흡연관련 사망자수 연간 3만5000명, 흡연으로 인한 경제손실 6조원. 웬만한 전쟁보다도 참혹한 결과를 낳고 있는 게 담배다. 국가가 팔짱을 끼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담배판매수입만 올리려 할 게 아니라 담배의 해악으로부터 국민건강을 지키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육정수 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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