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전승훈/박자 안맞는 캐릭터사업

  • 입력 1999년 9월 6일 19시 38분


6일 현재 51호 홈런을 기록하며 ‘아시아 홈런 신기록’(56개)에 도전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의 이승엽선수.

그의 인기가 치솟자 삼성 에버랜드는 최근 그의 캐릭터 개발에 나섰다.

이승엽 캐릭터 기획은 8월 중순 시작됐다. 10월은 돼야 그를 닮은 인형이나 얼굴 모양이 담긴 티셔츠가 나올 전망이다. 이 때는 야구시즌의 막바지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 기획사 ‘팀61’은 미국 LA다저스 박찬호 선수의 캐릭터 개발에 나서 올해 화장품 모자 티셔츠 등 캐릭터상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박찬호 선수의 올 성적 부진으로 판매량은 기대에 못미쳤다. 지난해 인기 절정이었던 프로골프 박세리 선수의 캐릭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연예인의 경우도 비슷하다. 인기 그룹 ‘H.O.T’의 캐릭터를 개발한 ‘스타월드’측은 “캐릭터가 나온 직후 ‘H.O.T’가 새 앨범 준비로 활동을 중단하는 바람에 빛이 바랬다”고 말한다. ‘국찐이 빵’을 유행시키던 김국진도 활동 중단으로 캐릭터 상품이 뜨지 못했다.

한 해 5000억원 규모인 국내 캐릭터 시장. 95%를 ‘텔레토비’ ‘미키 마우스’ ‘헬로 키티’ 등 외국 캐릭터가 점유하고 있다.

미국의 스타시스템은 스타 키우기와 캐릭터 개발 사업을 함께 진행한다. 또 외국업체들은 ‘본제품’과 함께 캐릭터 상품도 상륙시켜 동시 홍보해 시너지효과를 거둔다. 적어도 ‘해가 있을 때 건초를 만든다’.

우리에게도 캐릭터사업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스포츠 및 연예 스타가 많다. 그럼에도 실패한다. 때를 놓치기 때문이다. ‘인기 절정’은 이미 ‘내리막의 시작’이기 십상이다.

전승훈 (문화부)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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