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잠들었던 모양인가. 기상 전 야근자들이 교대하기 전에 도는 마지막 순찰 시간이 되었다. 아래층에서 철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근무중 이상무! 하는 담당의 작은 목소리가 절도있게 들려온다. 나는 눈을 번쩍 뜨고 얼른 풀어둔 수갑과 포승줄을 궁둥이 아래 밀어넣고 팔을 돌려서 등 뒤로 감추고 잠든 시늉을 한다. 구둣발 소리는 참으로 더디게 천천히 다가오는 것만 같다. 발자국 소리가 방 문 앞에서 멎더니 시찰구 열리는 소리가 찰카닥 하고 들린다. 나는 똑바로 드러누운 채로 실눈을 뜨고 시찰구를 바라본다. 순시하는 당직자의 모자가 스쳐가는게 보인다. 발자국 소리가 다시 멀어진다.
그맘때 나는 완전히 잠이 깨어 다시 수갑을 찬다. 다만 한쪽 손목에만 정식으로 차고 다른 손목은 채우지 않고 구멍을 남기고 있던 포승에 손목을 집어 넣고 자유로운 한 손으로 매듭도 만들고 조이기도 해서 처음과 비슷하게 매어 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헐겁고 둥글게 잠가둔 한쪽의 수갑에 손을 오므려서 집어 넣는다. 이제는 언제든 그 구멍에서 한쪽 손을 빼내어 자유롭게 될 수가 있다. 그리고 나에게는 못도 있잖은가. 못은 내가 빼어냈던 그 모퉁이의 널판자에 다시 얌전하게 박혀 있다. 내가 언제든 마음 먹기만 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겪어서 알고있는 나는 이미 승리자와 같다. 먹방의 어둠과 비좁은 시멘트의 벽도 나를 더 이상 압박하지 못한다. 언제나 감방에서는 처음이 어려웠다. 누구에게나 그렇지만 일주일쯤 지나면 아무리 나쁜 상황도 익숙해지고 그럭저럭 지낼만하게 된다. 하지만 상담이라도 한다고 관구실이나 보안과에 끌려 나가게 되어 밝은 햇볕 아래로 걸어가게 되면 그 후유증은 오래 남는다. 우선 징벌 사동에서 마당으로 나서자마자 두 눈을 뜰 수가 없다. 눈을 감으면 눈꺼풀 아래 노란 빛이 가득 차면서 현기증으로 어지러워지면서 비칠거리게 된다. 담당도 그런 꼴을 뻔히 알고 있어서 등을 밀던가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면서 냉소한다.
두 달만 거기서 썩어라. 모범수가 되어서 나올테니깐.
<글: 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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