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통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 신문이 ‘기적’이라고까지 표현한 대목에 수긍이 간다. 회사 설립 40여년만에 전세계에 8000여개의 독점 매장을 거느린 굴지의 업체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우선 고개가 끄덕여진다. 게다가 회사의 출발이 다른 다국적 기업에 비해 너무나 초라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베네통은 1955년 이탈리아 트레비소의 폰자노 지방에 살던 루치아노 베네통이 형제들과 함께 호구지책으로 의류 장사를 시작한 것이 출발점. 부친의 사망으로 생계에 위협을 받자 당시 20살이던 맏형 루치아노가 막내 카를로의 자전거와 자신의 아코디언을 판 돈으로 낡은 직조기를 한 대 사들이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제조는 뜨개질 솜씨가 좋은 여동생 줄리아나가 맡았다. 줄리아나는 다양한 색깔의 스웨터를 짜 도매상들에게 팔았다.어두운 단색 계통 제품이 주종을 이루던 당시 스웨터 시장에서 줄리아나의 컬러 스웨터는 젊은 층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제품이 인지도를 얻기 시작하자 이번엔 루치아노의 동물적인 사업 감각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그는 전문매장에 촛점을 맞춘 판매전략을 수립했다. 저가 전략까지 곁들여 베네통 제품은 단숨에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베네통이 확실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1984년 패션 사진작가 올리비에르 토스카니를 광고업무 책임자로 발탁하면서. 다른 업체와 다를 바 없던 베네통의 광고는 이 때부터 ‘혁신’이라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변화를 거듭한다.
신부와 수녀의 키스, 탯줄을 자르지 않은 갓 태어난 아기, 오열하는 가족들에 둘러싸여 임종을 맞는 에이즈 환자, 흰색 바탕에 꽉차게 나열된 컬러 콘돔….
자극적이고 쇼킹한 일련의 광고는 거센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베네통이라는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89년 제작한 광고에 얽힌 에피소드. 흑백 평등문제를 그 해 광고의 주요 이슈로 선택한 베네통은 흑인여성이 백인 아이에게 수유하는 사진을 광고에 이용했다. 당연히 흑백 양쪽 인종으로부터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 사진은 베네통 광고 사상 가장 많은 수상기록을 세웠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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