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과 건강]유효기간 지난 약은 독이나 마찬가지

  • 입력 1999년 9월 7일 19시 34분


이웃집 김모노인(73)의 짐을 들어드렸더니 고맙다면서 안방 장롱 깊숙히 보관해둔 피로회복제와 드링크제를 선물로 갖고 왔다. 모두 유효기간이 훨씬 지난 것. 김노인은 “피곤 푸는데 그만”이라면서 권했다.

그러나 유효기간이 지난 약은 화학적 성질이 변질돼 간 위 콩팥 등에 ‘독’으로 작용하기 십상. 약국에서 ‘3일 어치’를 지은 경우 사흘이 지나자마자 먹지 않은 약을 버리는 것이 좋다. 또 약의 ‘유효기간’은 뚜껑을 닫은 채 보관하는 것 기준이기 때문에 한가지 약을 너무 오래 먹는 것도 좋지 않다.

노인들은 약을 잘못 복용해 건강을 해치곤 한다. 병원에 새로 입원한 노인환자의 20%가 약이 화근이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따라서 연로한 부모를 모실 경우 ‘약 건강’에 특히 신경써야 한다.

상당수 노인은 병이 나은 뒤에도 약물을 계속 복용한다. 이 때문에 세균에 내성이 생겨 기존 항생제로는 치료할 수 없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또 노인들은 기억력이 떨어져 약 먹을 시간을 놓치기도 하고 효과가 좋다고 한꺼번에 많은 양을 복용하기도 한다.

가족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약물 캘린더’을 만들어 놓고 체크한다. 노인들은 복잡한 처방의 약을 순서대로 먹기 어렵기 때문에 쉽게 복용할 수 있도록 미리 약을 나눠 담아놓는 것도 방법.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을 때는 미리 복용하고 있는 약이나 한약 건강보조제를 정확히 파악한 뒤 동행한다. 멀리 고향의 부모에겐 전화안부 때라도 약물 복용에 대해 점검해야 한다.

강주섭(한양대의대 약리학교실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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