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18홀의 세컨드 샷을 홀컵으로부터 5피트 정도에 붙임으로써 아무도 그녀의 우승을 넘보지 못하게 한 다음 아쉬움을 떨치지 못해 눈물을 훔치는 상대 선수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컵을 거머쥐는 마무리 퍼팅을 했습니다.
미현이는 우승한 후 승리자로서의 특별한 모습을 지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타이거 우즈처럼 오른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어 대는 환희의 표정을 짓지 않았습니다. 가족을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세리처럼 흥분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렸던 우승이었을 것임에도 미현이는 승리의 포즈를 취하며 포효하는 대신에 패배자인 상대 선수들과 악수하며 그들을 위로했습니다. 그들의 캐디들과 악수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좋아 보였습니다. 지나치게 성숙해 보여 약간은 얄밉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미현이의 그런 모습에서 자그마한 체격과 달리 그녀가 참으로 큰 선수임을 알아 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록 휴전선너머 동포들이 마라톤에서 우승한 정성옥을 맞이하던 그런 형태는 아닐지라도 그녀와 함께 한마당 잔치를 벌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미현이가 우승한 기쁨은 물론이요 우승하기까지 가슴에 묻어두었던 서러운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골프 팬들은 미현이와 세리 가운데 누가 더 센가하는 질문을 자주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이렇게 얼버무리곤 했습니다. 세리가 매년 한차례씩 우승할 수 있는 체격 조건을 가진 선수라고 한다면 미현이는 평생에 한번 우승하면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의 체격 조건밖에 못가진 선수라고….
미현이의 한번 우승은 세리의 열번 우승보다도 우리에게 더 많은 감동과 교훈을 줄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에 스포츠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우리에게 순수한 감동을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포츠는 잘사는 사람이든 못사는 사람이든, 잘난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차별하지 아니하고 우리 모두로 하여금 하나같이 진한 감동과 북돋움을 느낄 수 있게 하여주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미현이와 같이 수많은 악조건을 가진 선수들이 그들의 부족함을 딪고 일어서서 승리자가 되는 순간 사람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더 큰 잔치를 벌이고 싶어할 것입니다.
세리와 미현이 중 누가 더 센가를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습니다. 두 낭자는 우리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에 짓눌려 있을 때 모두에게 용기와 긍지를 불러일으킨 자랑스러운 한국인일 뿐입니다. 미현이와 함께 잔치를 벌이고 싶습니다.
소동기(골프 칼럼니스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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