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불편해요]『휴대전화 해지 왜 이렇게 어렵죠?』

  • 입력 1999년 9월 7일 19시 34분


올 4월 이용약관 개정으로 휴대전화 업체의 직영 영업소와 모든 대리점에서 휴대전화와 무선호출기(삐삐) 이용을 해지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도 상당수 대리점에서 해지를 거부하고 있어 불편을 주고 있다.

회사원 L씨(30·서울 서초구 잠원동)는 최근 휴대전화를 해지하려고 회사 근처 대리점을 찾았다가 “서울시내 6곳의 본사 직영 영업소에서만 해지할 수 있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해지를 못한 채 그냥 나왔다. 인근의 대리점 몇 곳을 더 찾아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L씨는 결국 마포구 홍익대 앞에 있는 영업소를 찾아가 30분 넘게 기다린 끝에 겨우 해지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영업소 직원은 “각 대리점에서도 해지가 가능한데 대부분의 대리점이 본사와의 전산망을 통해 요금정산 등을 하는 게 복잡하고 귀찮아 해지를 잘 안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씨는 “가입신청은 길거리에서도 받아주는 등 쉽게 해놓고 해지는 어렵게 하는 건 전형적인 업체의 장삿속”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무선호출기의 경우 휴대전화보다는 해지가 쉽지만 그래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지난해 8월 서울에서 전남 영광으로 전근간 Y씨(35)는 당시 호출기를 해지하려고 했으나 올 5월에야 간신히 해지할 수 있었다. 호출기 회사가 “지방엔 대리점이 없으니 가입처인 서울로 와야 한다”며 지방에서의 해지요청을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

Y씨는 올 1,3월 두번 서울에 들른 김에 호출기를 해지하려고 대리점을 찾았으나 그 때마다 “전산망에 문제가 생겨 해지할 수 없으니 다른 대리점에 가보라”는 말만 들었다. Y씨는 본사에 수차례 항의전화를 한 끝에 전화로 신청을 해 해지할 수 있었다.

Y씨는 “전화나 팩스로도 해지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그 때서야 알았다”며 “대리점에서 조금만 성의있게 얘기해 줬으면 9개월 동안 불필요하게 요금을 내면서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본보 취재팀이 서울시내 20여곳의 휴대전화 대리점에 전화를 걸어 해지가능 여부를 문의한 결과 3곳에서만 해지가 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대부분의 대리점들은 해지 자체가 불가능하다거나 자기 대리점에서 가입한 휴대전화의 경우만 해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휴대전화 업체 관계자는 “대리점마다 모두 전산망이 깔려 있어 어느 곳에서나 해지가 가능하다”며 “회사 이미지를 고려해서라도 반드시 해지를 받아주도록 대리점에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해지를 받아주지 않을 경우 02―730―7881∼4로 신고전화를 하면 확인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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