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부가가치세 대상 사업자 280만명 중 과세특례자는 110만명이다. 그중에는 정당한 과세특례자도 있지만 이를 악용해 조세를 포탈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당국의 추산이다. 구체적인 실례로 97년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변호사의 34%, 의사의 56%, 연예인의 88%가 연간 매출액 1억5000만원 이하의 간이과세자였다. 심지어 매출액을 4800만원 이하로 신고한 고소득 전문직도 수두룩했다. 이를 바로잡지 않고는 과표양성화마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공동여당은 기왕에 확정된 세제개편안의 핵심인 과세특례 폐지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과세특례나 간이과세, 소액 부(不)징수제도가 모두 영세한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군색한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확정되더라도 세부담이 늘어나는 과세특례자는 10만여명에 불과하다. 정작 보호받아야 할 영세사업자의 대부분은 지금처럼 비과세 대상으로 남게 된다. 소액 부징수제도가 있는 만큼 영세사업자 보호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정치논리이고 내년 총선이다.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지도 모를 세제개편은 일단 미루고 보자는 심산인 모양인데 그같은 발상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과세특례제 폐지는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이루어진지 오래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 이를 유보시켰을 때 과연 선거결과가 여당측에 유리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에 앞서 현정부의 개혁의지는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정책결정과정의 혼선이다. 이같이 민감한 사안을 당정간 충분하 협의도 없이 불쑥 발표했다가 하루아침에 다시 거둬들일 때 정책의 신뢰성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정책이 어설픈 정치논리에 따라 우왕좌왕한 것은 비단 이번 세제개편안만은 아니다. 국민연금 확대나 의보통합 등의 혼선이 그렇고 금융종합과세 부활도 정치적 이해득실에 압도되었다. 국가의 기본틀을 재정비하는 조세개혁같은 작업이 언제까지 인기주의에 영합하거나 정치적 고려에 이끌려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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