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적인 예로 지난달 프랑스의 남서부 밀로에서는 개업 준비를 하고 있던 맥도널드 가게에 시위대가 들이닥쳐 가게를 약탈하고 파괴한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에 체포된 시위 참가자들이 밝힌 대로 이날의 시위는 맥도널드라는 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와 ‘몹쓸 음식을 파는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반대의 뜻을 밝히기 위한 것이었다.
한편 코카콜라는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오염된 제품이 발견되어 한바탕 홍역을 치른 이후 유럽 공동체의 조사를 받고 있다. 게다가 이탈리아에서는 코카콜라가 80%나 되는 시장 점유율을 무기로 경쟁 업체에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로 이 회사에 대한 별도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프랑스의 정치 분석가인 알랭 뒤하멜은 “유럽 사람들은 냉전이 끝난 후 미국의 힘이 점점 축적되고 있는 것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현재 그 알레르기의 가장 강력한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음식”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음식에 대한 거부반응은 유럽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벌써 브라질의 한 연방 판사가 유전자를 조작한 미국산 대두 씨앗의 판매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으며 일본은 유전자를 조작한 농작물에 반드시 그 사실을 기재한 설명서를 붙이도록 규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만약 미국산 음식과 농작물에 대한 거부 또는 수입금지가 더 많은 나라들로 번져나간다면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수십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산 농작물에 대해 유럽인들이 거부반응을 보이는 데는 몇가지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 과학자들이 유전자 조작 등의 방법을 통해 자연의 여러 산물을 균일한 것으로 바꿔가고 있다는 우려가 국가간의 특징이 사라진 균일화된 세계에 대한 공포와 맞물려 증대되고 있다. 즉 다국적 기업들이 전 세계의 음식 문화를 지배함으로써 유럽의 특성이 사라져버리는 미래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96년에 영국에서 있었던 광우병 파동, 올해 벨기에에서 다이옥신에 오염된 닭고기가 발견된 사건 등이 자연에 함부로 손대는 행위에 대한 공포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유럽이 성장 호르몬을 이용해 키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 철회를 거부하자 그 보복으로 미국이 유럽산 식품에 대해 10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도 유럽인들의 감정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1987년에 프랑스에서 설립된 농부 동맹의 패트리스 비디외 사무총장은 “음식의 주권을 지키는 일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면서 “우리는 맥도널드나 몬산토 같은 다국적 기업이 시장을 지배해서 우리가 먹는 음식과 우리가 심는 씨앗에 대한 선택의 여지를 없애버리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rev
iew/082999europe―food―review.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