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재학생들의 자퇴 러시와 일반 고교와 별 차이없는 파행적인 교과운영 등으로 사실상 존폐 기로에 서있는 과학고의 황폐화 문제, 나아가 허울뿐인 과학영재 교육의 실상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 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학교측에 따르면 이 학생은 과학 성적은 탁월하지만 다른 과목이 부진해 전체 성적이 하위권에 속했다고 한다. 이 학생의 과학 재능은 우리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미국 SAT시험에서 수학과 물리 과목에 만점을 맞은 사실로도 확인된다. 그러나 2년전 과학고에 대한 내신우대 제도가 폐지된 이후 이 학생의 내신성적으로는 국내에서 일류대 지원이 불가능한 형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재능을 살리는 방편으로 해외 유학을 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과학고는 과학 영재들을 조기 발굴해 국가 인재로 키우기 위해 정부가 설립한 학교다. 그동안 과학고가 명문대 진학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래도 미래 과학기술의 중요성 때문에 과학고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선진국의 예를 보아도 학창시절 여러 분야에 두루 능통한 영재도 있지만 특정 분야에만 재능을 보이는 영재들도 많다. 이런 영재들도 여건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 재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 입시제도의 맹점이다. 이번에 미국의 여러 유명 대학들이 이 학생에게 입학을 허가한 것과 무척 대조적이다.
이 학생의 경우 그나마 미국 유학의 기회를 얻었으나 다른 학생들은 재능을 꽃피울 기회가 아예 봉쇄될 수도 있다. 2002년부터 실시될 새 입시제도는 무시험 전형을 통해 이런 특수재능 학생들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지만 실제로 취지에 맞게 운영될지는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대학은 이런 학생들에게 과감하게 입학의 문호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과학고생들은 내신의 불리함 때문에 3학년에 올라가기 전 전체의 3분의 1이 자퇴를 해 검정고시로 대학 진학을 노리고 있다. 남아 있는 학생들도 일단 3학년이 되면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과학 관련 실험과 연구를 중단하는 등 과학고의 특수 목적을 상실한 채 일반 고교처럼 운영되고 있다. 이같은 과학고의 파행 운영과 알맹이 없는 과학영재 육성의 틀을 그대로 방치해도 좋은 것인지 교육정책당국자들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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