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미현 "건강엔 자신…결혼은 6년쯤후에"

  • 입력 1999년 9월 10일 19시 19분


《김미현(22·한별텔레콤)의 별명 ‘땅콩’앞에는 항상 ‘슈퍼’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아담한 체구에 앳된 모습과는 달리 당차기 때문이다. 1m53의 작은 키로 평균 240야드의 드라이버샷을 날려 미국골프계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김미현.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외국선수들을 꺾고 99스테이트팜레일클래식에서 미국LPGA투어 데뷔 후 첫 우승을 거두고 ‘금의환향’한 그를 만났다.》

―올시즌 초반 성적이 부진했을 때의 심정은….

“처음에는 적응기라고 여겨 별로 신경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운도 따르지 않아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요. ‘내 실력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 속상했어요. 제가 원래 잘 웃는 편인데 그 때는 웃음도 사라지더군요.”

―아버지가 운전하는 중고 밴을 타고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고생을 많이 했다는데….

“저를 너무 불쌍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잘 나가는 선수들 일부를 제외하고는 다른 선수들도 저와 비슷한투어생활을하고있어요. 웹이나 소렌스탐도 로드매니저가 대회마다 동행해 돌봐주지는 않아요. 세리와 같은 경우는 매우 특별한 케이스죠.”

▼시즌초반 부진땐 웃음도 잃어▼

―본인의 스윙에 대한 현지의 평가는….

“처음에는 이상하게 보더군요. 하지만 성적을 내기 시작하니까 달라졌어요. 제 스윙 모습을 분석한 골프방송을 본 적도 있어요. 저도 방송을 보고 처음 알았는데 어드레스 상태부터 백스윙톱까지 클럽헤드가 돌아가는 각도가 정확하게 378도라고 하더군요.”

―체구에 비해 볼을 멀리 날릴 수 있는 비결은….

“미국LPGA 프로들의 평균 헤드스피드(초속 38m)보다 제가 더 빠릅니다. 제 헤드스피드는 평균 42∼43m정도로 미국PGA프로 수준에 가깝습니다. 때문에 드라이버 로프트는 6도짜리를 쓰고 페어웨이에서도 라이만 좋으면 세컨드샷 때 자신있게 드라이버를 잡고 있습니다.”

―어깨를 120도까지 돌린 뒤 풀면서 임팩트한 이후에도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는 비결은….

“발목과 무릎강화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층계를 발끝으로만 올라가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책을 5권 쌓아놓고 체중을 발끝으로만 지탱한채 몸을 위 아래로 움직이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다만 국가대표팀 시절인 고2때 단체기합을 받다가 다친 무릎은 아직도 날씨만 궂으면 쑤시는 것이 신경쓰이네요.”

▼발목-무릎강화 훈련 꾸준히▼

―경기 전에 특별히 피하는 음식이나 징크스가 있나요.

“미역국이나 계란도 가리지 않고 잘 먹습니다.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의식적으로 징크스는 만들지 않았습니다.”

―영어실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경기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는 합니다. 하지만 올시즌이 끝나면 동계훈련과 함께 본격적으로 영어공부를 할 예정입니다.”

―결혼은 언제쯤 할 예정인가요.

“특별한 의미는 없는데 아버지와 약속한 나이는 28세입니다. 앞으로 6년 정도 남았죠.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장래 계획은….

“시니어투어까지 프로선수 생활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미국LPGA에도 몇년 안에 시니어투어가 출범할 예정이랍니다. 그 후에는 고국에 돌아와 후배골퍼들을 키우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4주연속 출전해도 끄떡없을 정도로 체력이 좋은데….

“원래 제가 튼튼해요. 미국에서 꾸준히 보약을 챙겨먹은 것도 도움이 된 것 같고요. 녹용과 홍삼 대추를 함께 푹 끓여 꿀을 넣고 냉장고에 넣은 뒤 물마시듯 먹고 있어요. 녹용은 3개월 먹은 뒤 다음 3개월은 건너뜁니다.”

▼미국서도 보약 계속 챙겨먹어▼

―톱10 진입 횟수도 많아지고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대우가 확실히 달라졌어요. 처음에는 그린에 이슬이 흥건한 새벽이나 뙤약볕이 내리쬐는 오후조에 배정받았지만 이제는 황금시간대에 편성되고 있죠. 지금은 프로암대회가 귀찮지만 처음에는 끼워주지도 않더군요.”

―한달 용돈은 얼마나 씁니까.

“사실 돈 쓸 시간이 별로 없어요. 쇼핑센터에 갈 기회가 있어도 주로 2,3시간씩 아이쇼핑만 해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말한다면….

“승부근성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다만 플레이 중에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올시즌 첫 라운드 성적이 대부분 저조했던 것도 생각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처음 밟아보는 골프장이라서 그런지 이것 저것 고려하다보면 확신이 서지 않은 채 샷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교민들 친절과 성원에 감사▼

―교민들이 도움을 많이 줬다는데….

“제 얼굴을 알아보고는 식당이나 슈퍼에서도 웬만한 것은 공짜로 주는 경우가 많았어요. 특히 시골에 사시는 교민들은 정말 따뜻하게 대해 주셨어요.”

―데뷔 첫 우승을 하고 신인왕 등극도 확실시 되는데 용품계약 제의는 많은지.

“이제는 저도 급한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서둘지 않을 생각입니다.(웃음) 이왕이면 더 좋은 조건에서 계약하고 싶어요.”

―올시즌 미국투어 이외의 일정은….

“10월 마지막 주에 일본에서 열리는 미국LPGA와 일본LPGA 상금랭킹 12위 이내 선수들이 대결하는 99니치레이대회에 출전합니다. 일본팀에서는 구옥희선배와 한희원이 출전하게 돼 한국선수가 미국대표와 일본대표로 대결하게 됐죠. 바로 그 다음주 미즈노오픈에 출전합니다. 저에 대한 일본골프팬의 관심이 대단하대요.”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