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서울 저밀도 아파트 재건축 출발부터 삐걱

  • 입력 1999년 9월 10일 19시 19분


서울 잠실 반포 등 5개 저밀도지구(43개 단지)의 재건축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가 기본계획안을 마련해 8월 한달간 주민공람을 거치게 한 결과 주민들은 소형평형 의무비율 등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일부 주민들은 서울시의 기본안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실력행사와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초로 예정됐던 기본계획안 확정이 늦어지는 등 재건축사업 전체일정이 당초 예상보다 반년 정도 늦춰질 전망이다.

▽주민 입장〓현재 서울시에 접수된 1만여건의 주민의견은 한결같이 소형평형 의무화와 공공용지 기부채납 등에 반대한다는 것. 서울시가 전용면적 18평 이하의 소형 평형을 전체 가구수의 30% 이상 확보토록 한 것은 재산상 손실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지난해 6월 폐지된 규정을 소급적용하는 것으로 부당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5개 지구 저밀도아파트 재건축연합회 김영길(金榮吉)회장은 “현행 건축비 등을 근거로 분양가를 산출해 볼 때 전용면적 18평형을 한 가구씩 지을 때마다 2200만원 정도의 손실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공원과 학교부지 등 공공용지의 기부채납 문제도 쟁점. 주민들은 별도의 공원부지를 확보하지 않고도 녹지공간을 꾸밀 방법이 있는데 아파트단지 면적에서 공원부지를 내놓으라는 것은 억지라는 주장이다. 또 소형평형 가구를 많이 짓게 하면서 초등학교 부지를 내놓게 만든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입장〓서울시는 5만가구에 달하는 아파트를 지으면서 모두 30평 이상의 중대형 평형만 짓는 것은 주택정책상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또 재건축을 투기로 보는 일부 주민들의 시각도 경계해야 한다는 것.

시 관계자는 “지난해 주택건설촉진법상 소형 평형 의무비율이 폐지된 것은 주택경기 부양을 위한 것”이라며 “일부 단지의 경우 세입자 비율이 70%에 달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저밀도지구를 해제하고 고층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한 것은 소형 평형도 짓고 가구수도 늘려 서민층을 포용한다는 조건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서울시측은 강조하고 있다.

공공용지 기부채납에 대한 주민들의 주장도 억지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용적률은 도로 공원 학교 등을 빼고 대지면적만을 놓고 산출해야 하는데 아파트단지 전체면적을 놓고 용적률을 따지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

▽시세변동〓재건축사업이 가속화되면서 올 초부터 꾸준하던 기존 아파트의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내림세를 보이는 곳도 있다.

이는 서울시가 최근 전세대란 예방을 위해 저밀도 단지의 재건축시기를 단지별로 조절한다고 발표해 재건축 일정이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대두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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