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US오픈]작은 '흑진주' 세레나, 힝기스제압 우승

  • 입력 1999년 9월 12일 18시 31분


‘비명을 지를까,환성을 터뜨릴까,아니면 울어야 할까.’

20세기 마지막 테니스 그랜드슬램대회인 99US오픈대회 여자단식 정상에 오른 세레나 윌리엄스(17).

그는 경기가 끝나자 결국 세가지 모두를 해버렸다.가슴이 터질듯 벅차 오르는 기쁨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41년만이었다.흑인이 그랜드슬램대회 챔피언에 오른 것은 58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알세아 깁슨(미국)이 유일했다.69년 프로에 문호를 개방해 그랜드슬램대회가 본격적인 틀을 잡은 이후로는 처음.

세레나는 이날 결승전에서 언니 비너스를 준결승전에서 꺾고 올라온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를 2-0(6-3,7-6<7-4>)으로 꺾으며 언니의 분풀이를 대신 해줬다.

이로써 세레나는 윌리엄스가에 그랜드슬램 첫 우승컵을 바쳤을 뿐더러 인종차별이 유난히 심했던 테니스계에 흑인 성공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특히 세레나는 언니 비너스를 2년전 이 대회 결승전에서 꺾은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패배의 수모를 안겨준 힝기스를 꺾었다.

힘의 승리였다.세레나는 이날 결승전 전까지 4경기 연속 풀세트 접전을 벌였음에도 한치의 흔들림이 없었다.반면 전날 언니 비너스와 풀세트 접전을 벌인 힝기스는 세레나의 강력한 서브와 송곳 스트로크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윌리엄스가의 5자매중 막내인 세레나는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 받아온 스타.네째 언니 비너스의 그늘에 가려있었지만 아버지 리처드는 “결국 세레나가 비너스를 능가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빈민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정글의 법칙을 체득하며 언니와 함께 라켓을 잡았다.

아버지의 후원속에 97년 프로에 데뷔한 세레나는 1m78,65kg의 탄탄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서비스를 앞세워 데뷔 첫해에 세계 40위권에 진입,10대 스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다른 선수들의 경기는 좀처럼 관전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피트 샘프러스(미국)도 세레나의 경기는 챙겨 볼 정도로 그의 재능은 돋보였다.

올들어 투어대회에서 3차례 우승하면서 세계 10위권에 진입했고 마침내 언니에 앞서 그랜드슬램 정상에 올랐다.

한편 대회 남자단식에서는 안드레 아가시와 토드 마틴이 우승을 다투게 됐다.

<김호성기자·뉴욕AP·AFP연합> 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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