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난을 통해 이미 박정희 기념사업은 민간의 몫이어야지 정부가 나서거나 국고에서 지원할 성격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개인이나 민간단체가 역사적 인물에 관한 존경을 표하고 그를 기리는 기념사업을 펼치는 것은 누구도 제약할 수 없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국고에서 지원하는 것은 경우가 다르다. 어디까지나 ‘국가 재정’이 들어가려면 그에 상응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확보되는 것이 전제조건일 수밖에 없다. 한편에서는 박정희의 경제 치적(治績)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군사쿠데타 유신독재 인권유린 등 어두운 측면때문에 ‘박정희 시대’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판이하게 엇갈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치적’만을 기리는 측의 손을 들어주고 국고를 지원한다는 것은 다른 쪽의 비판과 불만을 살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는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가운데 ‘전직대통령을 위한 기념사업을 민간단체 등이 추진하는 경우에는 관계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한 대목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 역시 전직 대통령 누구나에 대해서 기념사업만 벌어지면 무조건 다 도와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고, 경중(輕重)과 합리성을 따져서 선택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가 분명하다.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이번 국고 100억원 지원방침은 문제가 있다. 이승만(李承晩)전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작업과 그를 기리는 사업도 벌어진 적이 있었는데 특별한 예산지원은 없었다. 앞으로 다른 모든 ‘전직’들에 대한 ‘국고 예우’의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나아가 국가 재정의 효율적 배분 측면에서도 재고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경제형편에 비추어 ‘산 자들을 위한’ 고통분담에도 허덕이는 재정을 고인(故人)추모 기념사업에 100억원씩이나 들이는 것이 옳은 일인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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