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비행기의 승객은 일본인과 외국인이 반반 정도였다. 서울발이었으니까 외국인의 대부분은 한국인이었다. 그러나 나리타공항의 일본인 입국심사대에는 공무원 7명이 배치된 반면 외국인 입국심사를 맡은 공무원은 3명이었다. 일본인은 7곳의 심사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지만 외국인은 일렬로 서서 기다려야 했다.
일본인을 대하는 공무원은 미소를 띠고 심사를 끝낸 승객에게는 작별인사도 했다. 그러나 외국인 심사대의 직원은 시종일관 무표정했다. 불법체류 가능성을 우려했는지 특히 젊은 한국 여성에게는 꼬치꼬치 캐물었다.
일본인 입국심사가 끝났을 때 외국인 승객 가운데 심사대를 벗어난 사람은 절반도 안 됐다.
올 여름 휴가 때 한국에 다녀왔다는 어느 한국기업 일본주재원의 체험담이 떠올랐다. 한국승객이 많았지만 출입국관리당국은 한국인보다 외국인(대부분 일본인)의 입국심사에 더 많은 직원을 배치했다. 당연히 한국승객들이 더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다. 출입국관리 담당자는 뒤늦게 “한국분들도 아무 곳에나 서서 기다리세요”라고 말했다. 이런 외국인 우대는 “한국공항이 외국인들에게 불친절하다”는 항의가 나오면 출입국관리당국이 야단을 맞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나중에 전해들었다. 나리타공항에서 함께 줄을 섰던 40대 한국인 남자가 투덜거렸다.
“한국과 일본의 입국심사가 모두 지나친 것 같다. 그러나 외국에 나가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고 국내에서도 찬밥신세인 데는 비애를 느낀다.”
권순활<도쿄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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