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쇠 생각이 난다. 그리고 메리도, 또 이름은 잊었지만 검정 털의 강아지도 그리고 몇 마리인가 개들이 더 있었다. 제일 처음이 메리의 기억이다. 메리는 어머니가 길 건너 달영이네 집에서 얻어온 잡종 개였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회색과 흰 색의 털이 섞여 있는 걸로 보아 스피츠 같은 작은 개와 세퍼드처럼 큰 개가 어울려 낳은 개처럼 생각 된다. 메리는 영리하다. 어려서부터 사람의 말을 잘 알아 들었고 특히 밥을 주는 어머니의 말귀를 제일 잘 알아 들었다. 비 오는 날 아침에 암내가 났던 메리가 저보다 몸집이 두어 배는 되어 보이는 누렁이와 꿀붙어 있다. 나는 학교에 가다가 골목길에서 동네 꼬마들에게 둘러싸인 개 두 마리를 보게 된다. 누렁이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였어도 제법 늠름하게 버티면서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면서 꽁무니에 메리를 질질 끌고 간다. 메리는 이제 처음이라 끌려갈 때마다 구슬프게 깽깽댄다. 털은 청승맞게 다 젖고 귀는 겁을 먹었는지 뒤로 바짝 숙이고 네 다리를 허우적거린다. 내가 부끄러움도 잊고 앞에 다가섰는데도 메리는 얼이 빠졌는지 눈길도 주지 않는다. 아이들은 돌을 던지고 두 개의 붙어버린 꽁무니를 작대기로 내리쳐 갈라 보기도 한다. 가게집 아줌마가 뜨거운 물을 한 대야 들고 나와 욕설을 해대면서 개들에게 끼얹는다. 그때에 두 마리가 일시에 떨어져 버리고 누렁이는 저만치 내빼서 아직도 성이 잔뜩 오른 길고 빨간 그것을 부지런히 핥는다. 메리는 제자리에 주저앉은채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깽깽대고 있다. 아이들이 흩어지자마자 나는 그들이 버리고 간 작대기를 집어 들어 메리를 힘껏 후려치기 시작한다. 나는 그 조그만 암캐에게서 오만정이 다 떨어져 버렸던 것이다. 메리는 뒷 다리를 허우적 거리며 꽁무니를 땅에 끌 듯이 하면서 기어서 집 쪽으로 달아난다. 나는 학교 가던 길을 바꾸어 메리를 쫓아 집으로 달려 들어온다. 메리는 부엌 안에 있는 봉당 위의 찬마루 아래 처박힌다. 나는 분이 아직 안풀려서 작대기로 마루 아래를 쑤셔댄다. 메리는 처음엔 구슬프게 울부짖다가 이를 드러내고 앙칼지게 으르렁거린다. 작대기를 버리고 욕설을 퍼붓다가 들여다보니 메리는 희미하게 꼬리를 흔들어 보인다. 그것은 우리 식구와 한 칠팔 년을 같이 살게 된다. 나중엔 험한 피부병이 걸려서 누가 끓인 팥물을 끼얹으라고 알려준 덕에 궁둥이께가 화상으로 허옇게 벗겨진채로 시난고난 앓다가 남에게 끌려 간다. 온돌을 고치러 왔던 미장이가 개의 꼬락서니를 보고 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자기나 달라고 기르던 개는 쥔이 처리하지 못한다고 하여 어머니가 내주었다는데 처음에는 반항하며 끌려가지 않으려고 애를 먹였다고 한다.
<글: 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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