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도전21]경희대 의대 인공관절치료팀

  • 입력 1999년 9월 14일 18시 38분


관절염 때문에 열다섯살부터 20년이 넘도록 ‘앉아서만’ 지냈던 차모씨(여·당시 36세). 91년 경희대의대 인공관절센터에서 무릎과 엉덩이 그리고 발목에 인공관절을 6개나 넣은 뒤 다시 걷게 됐고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차씨는 ‘기적’으로 여겼지만 이 팀은 앉아서만 살던 사람을 벌떡 일으켜세우는 그런 기적을 100여번이나 만들어냈다.

75년 김영롱교수(72·정형외과)가 세계 인공관절의 ‘대부’로 불리는 영국의 존 챤리박사에게 연수받고 돌아온 뒤 국내 최초로 세운 인공관절센터. 그동안 이곳에선 국내 최다인 8000여번의 인공관절수술이 이뤄졌고 국내외에 발표된 논문만도 100여편.

유명철센터장(56·정형외과)은 “70년대 초부터 인공관절이 사용됐지만 아직도 일반인들은 낯설어한다”며 “나이가 70대에 이르면 누구나 조금씩은 관절염을 앓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도 인공관절에 익숙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여유있는 노인이 많은 서구에선 인공관절수술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남성은 엉덩이관절을 조심▼

인공관절수술은 부위별로 △골반과 엉덩이를 연결하는 엉덩이관절(65%) △무릎(35%) △팔꿈치 등 기타(5%)의 순으로 치러진다.

최근 20여년간 유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인공엉덩이관절 수술의 원인 중 가장 많은 비율(45%)을 차지하는 것이 골괴사증. 서구의 경우 70% 이상이 퇴행성관절염(뼈 사이의 ‘윤활유’인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병)인 것과 대조적이다.

유교수는 “골괴사증은 뼈로 들어가는 혈관이 막혀 뼈가 썩으면서 부서지는 병”이라며 “학계에선 과음이나 스테로이드제제의 남용으로 생기는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골괴사증의 80% 이상이 과음하는 남성으로 10년 전보다 환자수가 10배나 늘었다는 설명.

특히 골괴사증은 초기 증상이 없어 조기발견하기 어렵다. 다만 가끔씩 △사타구니와 엉덩이가 시큰거리거나 아프고 △무릎과 허리가 아프며 △다리를 조금씩 저는 증세를 보인다. X선검사로는 진단이 쉽지 않아 MRI검사를 받아야 한다.

유교수는 “초기엔 잘 때만 엉덩이에 자석을 붙이는 ‘전기자석치료’도 효과가 있지만 더 진행되면 인공관절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수술 후엔 골프나 수영도 할 수 있으며 겉모습으론 표시가 나지 않는다고.

▼여성은 무릎 조심▼

인공무릎관절의 70%는 퇴행성관절염 수술에 쓰인다. 여성환자가 약 80%. 쪼그리고 앉아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관절운동이 부족하기 때문.

배대경교수(53·정형외과)는 “초기엔 에어탈 부르펜 등 비스테로이드성 염증치료제와 운동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며 “그러나 약물로 3∼6개월 치료해도 낫지 않을 땐 관절경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97년 국내 최초로 관절에 작은 구멍을 뚫어 피와 지방을 내보내면서 연골을 재생시키는 ‘미세천공술’을 관절경수술에 도입했다. 6월말까지 150명을 수술한 결과 90% 이상에서 연골이 80%넘게 재생됐다고 최근 대한관절경학회에 발표.

배교수는 “다리가 휠 정도가 아니라면 관절경치료로 완치될 수 있으며 완치되지 않더라도 인공관절수술 시기를 10년 정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사용되는대부분의인공관절은 서구 제품. 이 팀은 90년대 초부터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으로 ‘한국형인공관절’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를 위해 시행된 기초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은 서구인에 비해 허벅지뼈의 길이는 2㎝ 짧고 무릎관절의 폭은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관절은 닳기 때문에 15∼20년 뒤에는 재수술받아야 한다. 유교수는 “한국인의 체형에 맞으면 덜 마모되고 부작용도 적을 것”이라며 “2,3년 안에 개발 중인 인공관절을 실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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