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현진/파이낸스 감독권 없다더니…

  • 입력 1999년 9월 15일 19시 40분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15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 자리에서 부산의 파이낸스사태와 관련해 알쏭달쏭한 얘기를 꺼냈다.

“이번 파이낸스 사태는 일종의 사회병리현상 같은 것이다.”

금융시스템의 허점을 사회병리현상의 결과로 단정한 이위원장의 발언은 그동안 금감원이 수차례 밝힌 “파이낸스사는 금융감독당국의 감독대상이 아니라 검경의 단속대상”이라는 인식의 일단으로 느껴졌다.금감원은 이날 검찰이 이미 횡령혐의로 구속한 삼부파이낸스 양재혁(梁在爀)사장을 뒤늦게 유가증권 불법발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뒷북 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 금융감독당국의 파이낸스사 등 유사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체계가 얼마나 허술한 지 여실히 드러난다.

금감원은 5월초 파이낸스사의 심상치 않은 낌새를 처음 인지했다. 그러나 검찰고발까지는 장장 4개월 반이나 소요됐다. 금감원이 좀더 신속하게 파이낸스사의 불법 탈법운영사실에 메스를 들이댔다면 최근과 같은 걷잡을 수 없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지울수 없다.

금감원은 틈만 나면 파이낸스를 단속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얘기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삼부파이낸스에 적용한 증권거래법상의 유가증권 불법발행 혐의를 적용하면 충분히 파이낸스사 조사가 가능하다는 부분을 이날 금감원은 스스로 시인했다.

물론 전담부서 14명의 조사인원으로 1000여개의 파이낸스사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힘들다는 금감원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내 돈을 돌려달라”고 울부짖는 투자자들이 금감원의 이같은 변명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박현진<경제부>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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