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개혁 개방정책인 ‘도이 모이’(쇄신이라는 뜻)의 입안자 구엔 수안 왕 박사(79)가 14일 아주대 국제대학원 초청으로 내한했다. 구엔박사는 “12년간 도이 모이가 매우 성공적으로 추진돼 왔다”며 “도이 모이는 베트남 경제가 안정적인 단계에 진입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 모이가 등장한 것은 86년 12월. 당시 총리 경제고문이던 구엔박사가 3년간의 연구 끝에 개혁안을 만들었다.
구엔박사는 “베트남 지도부가 공산주의 경제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나의 주장에 공감해 개혁정책을 받아들인 것이 최대의 성공요인”이라고 말했다. 도이 모이를 통해 베트남은 △공기업의 민영화 △국가 보조금 대폭 삭감 △금융개혁 △외국 투자 유치를 위한 법률 정비 등을 추진했다.
그 결과 베트남은 90년대 들어 매년 9%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도이 모이 도입 이전 5억달러에 불과하던 외국의 투자도 크게 늘어 지난해에는 340억달러를 기록했다.
구엔박사는 “새 경제체제의 도입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관이 주도하는 경제에 길들여졌던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하노이 출생인 구엔박사는 일본 교토제국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 하버드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땄다. 59년부터 4년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근무했다.
63년 귀국해 중앙은행총재 경제부총리를 거쳐 65∼66년 총리서리를 지냈다.
75년 공산군이 사이공에 입성한 후 9개월간 가택연금을 당하기도 했으나 공산정권은 유능한 경제학자를 ‘과거’ 때문에 버려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총리 경제고문으로 발탁했다.종종 구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개방정책)에 비견되는 도이 모이에 대해 구엔박사는 “페레스트로이카는 정치적 혼란 때문에 실패했다”며 “베트남은 안정된 사회기반을 갖추었기 때문에 위험이 없다”고 말했다.
여러 대학에서 강연한 뒤 18일 베트남으로 돌아간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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