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밤의 꿈’을 각색 연출한 마이클 호프만 감독은 이야기의 배경을 원작의 아테네에서 19세기말 이탈리아로 옮겨왔다. 당시로서는 최신 발명품이었을 자전거가 등장하는데, 경박한 연인들이 달아나고 뒤쫓는 과정을 그리는 데에 딱 들어맞는 소품. 원작을 약간 현대적으로 각색했지만 고전의 향기는 여전하다.
셰익스피어 특유의 현란한 수사(修辭)와 화려한 세트는 연극적인 맛을 더해준다. 사랑과 자존심의 갈등, 사랑의 열병을 앓는 연인들의 우스꽝스러운 소동을 화면에 생생하게 옮겨놓은 케빈 클라인, 미셸 파이퍼등 쟁쟁한 배우와 신인들의 연기대결, 풍성한 음악도 좋다.
그러나 요정들이 사라진뒤 결혼피로연에서 열리는 연극 장면은 지루하다. 원작에서 이 대목은 ‘비천한 사람들의 서투른 정성’을 너그러이 봐주려는 공작과 이를 싫어하는 공작부인의 은근한 힘겨루기에 중점이 두어졌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배우들의 코믹 연기 모음으로 그치고 말았다. 12세이상관람가. 18일 개봉.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