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실제 ‘주인공’은 배우들이 아니라 할리우드의 기술력으로 만든 세트 ‘힐하우스’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19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이 세트는 로뎅의 ‘지옥의 문’에서 영감을 받은 거대한 문과 거울로 장식된 회전방 등으로 시각적인 공포감을 유발할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됐다.
매로우박사(리암 니슨 분)는 불면증 연구를 한다며 개성이 다른 넬(릴리 테일러)테오(캐서린 제타 존스)루크(오웬 넬슨) 등 3명의 연구 대상자를 힐하우스로 끌어들인다. 실제 연구는 이 음산한 저택을 이용해 공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조사하는 것이다. 감수성이 강한 넬(릴리 테일러)은 이 저택이 130년전 섬유공장에서 아이들을 착취하고 희생시킨 휴 크레인공작이 만든 악령의 집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악령의 집은 일행을 차례로 공격하는데….그러나 영화는 반전이 약한 뻔한 줄거리로 스릴러라기보다는 세트와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공포물로 전락했다. ‘미스틱 피자’ ‘나는 앤디 워홀을 쐈다’ 등에 출연한 릴리 테일러의 공포를 감지하는 예민한 눈빛 연기가 압권. 12세이상 관람가.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