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Education]가드너 교수 ‘진보론’

  • 입력 1999년 9월 16일 18시 22분


지난주에 대부분의 학교가 개학을 했다. 그리고 개학과 더불어 수업 운영 방법에 관한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

따라서 뉴욕 타임스는 저명한 교육학자 두 사람에게 ‘학교들이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하버드대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는 여러 분야에 걸친 비판적 사고와 분석능력이 교육의 기본 뼈대가 되어야 하며, 제한된 과목에 초점을 맞춰 집중할 것을 제안한다. 한편 버지니아대 교육학과 교수인 E D 허쉬 2세는 사람이 제대로 한몫을 해내는 사회인이 되려면 사회의 공통된 지식을 이루고 있는 사실, 이야기, 능력들에 대한 공통된 정보를 습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십수년에 걸친 학교 교육은 학생들을 인생의 기본적인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 사람들로 길러내야 한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이 세상은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가, 인간들이 지금까지 성취한 것은 무엇이며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가, 훌륭한 인생을 사는 방법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 말이다.

학문은 사람들이 이 같은 질문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그럴 듯한 답을 추론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십년에 걸쳐 구축된 방법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런데 특히 교육 분야에서는 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신 능력 사실 시험 학과과목 등을 더 강조한다. 물론 이들 중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학문적 맥락에서 이들을 생각해 본다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먼저 능력을 생각해보자. 읽기 쓰기 계산하기 등 기본적인 능력의 습득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세 가지 능력이 없는 사람은 심지어 학문의 세계에 발을 들일 수도 없다. 학문이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듯이 기본적인 능력들은 학문을 습득할 수단이 된다.

두번째로 사실들을 생각해보자. 어떤 주제나 질문에 대한 정보, 즉 사실을 알고 있지 못하면 그 주제나 질문에 대해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러나 정보 수집만을 위한 정보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기 위한 수단으로서 정보들 사이에 의미 있는 연관성을 발견할 때에만 정보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학과과목은 흔히 학문과 혼동되지만 두 가지를 확실하게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학문적인 이해가 없어도 어떤 학과에 대한 많은 사실들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습득한 지식을 새로운 상황에서 적절하게 응용할 수 있게 되려면 학문적 지식이 있어야 한다.

다음은 시험에 대해 생각해보자. 나는 시험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지선다형의 객관식 시험에는 반대한다.

객관식 시험은 어떤 학과에 대한 사실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를 측정할 수는 있지만 학문적 이해에 관해서는 전혀 아무 것도 측정하지 못한다. 학생들이 학문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려면 시를 기억하는 시험 대신 미완성의 시를 편집하거나 완성시키도록 하는 편이 낫다.

나는 학문적 사고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중요한 주제들에 초점을 맞춰 깊이 있게 공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주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나중에 다른 주제를 다루게 되더라도 학문적 방법을 응용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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