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연욱/못믿을 '낡은 정치 단절 결의'

  • 입력 1999년 9월 16일 18시 22분


한나라당 부산 경남(PK) 출신 초재선의원 8명이 15일 국회에 모여 ‘낡은 정치’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이들은 ‘반성과 다짐’이라는 성명에서 “우리는 지역감정을 배경으로 하는 1인 지배 정당체제의 그늘 아래 안주해왔으며 권위주의 정치행태와 파당정치에 반대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며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앞으로 정쟁과 권력싸움에 매몰된 구태정치 청산과 당내 민주화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의 성명 자체는 나름대로 현정치권의 고질적 병폐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그러나 이들의 선언을 지켜보는 주변의 시선은 별로 긍정적이지 않은 듯하다. 바로 이들이 그동안 보여준 행태 때문이다.

민주산악회(민산) 재건을 추진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정면으로 충돌했을 때 이들은 ‘초 재선답지 않게’ 좌우 눈치를 살피며 침묵을 지켰다. PK지역에 대한 YS의 영향력과 이총재측이 당근으로 던진 ‘공천권’을 저울질하면서….

당시 한 부산 출신 의원은 “당분간 양다리를 걸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고, 또다른 의원은 “정치적 의리 때문에 YS를 비판할 수도 없고 공천을 생각해 이총재를 욕할 수도 없다”고 털어놓았다.이같은 자세를 보이던 의원들이 YS가 민산 재건 유보를 천명하자 이틀 뒤 ‘낡은 정치’와의 단절을 선언한 것. 이에 PK 출신의 한 중진의원은 “힘 떨어진 YS 등에 비수를 꽂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PK 출신 일부 초재선의원들은 일방적으로 행사를 주도한 의원들을 비난한 뒤 행사에 불참했다.

최근 PK 현지 여론조사를 보면 상당수의 PK의원들에 대한 지지도가 한자릿수를 맴돈다. 유권자들의 바람은 ‘말’이 아닌 ‘실천’이라는 뜻이다.

정연욱<정치부>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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