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화장과 유교문화

  • 입력 1999년 9월 17일 18시 15분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우악스러운 제목의 책이 유림을 들끓게 하고 화제가 되었다. 그 저자는 유교의 지나친 조상숭배를 ‘주검숭배’라고 혹평했었다. 이번에는 유교는 한국에만 있는 ‘코리안 에이즈’라고까지 극언을 한 책이 나왔다. ‘한국인이여 상놈이 돼라’는 책의 저자는 중국에서 나고 자란 조선족. 8년째 일본에서 공부하고 저술활동을 하는 김문학(金文學·진원쉐·37·히로시마대학원)씨다.

▽김씨는 유교의 본바닥인 중국은 물론 일본에도 사람이 죽으면 거의 화장(火葬)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서양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화장후 간편하게 유골을 남겨 제사 지내거나 납골당에 봉납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만 유독 화장을 하면 죽은 이에 대해 죄를 짓는 것으로 여기고 크고 작은 무덤을 쓴다. 이런 비능률적인 국토낭비가 바로 유교에 중독된 탓이라는 주장이다. 토장을 않고도 복을 누리고 경제대국으로 사는 이웃도 있지 않느냐는 힐난이다.

▽묘지에 의한 국토잠식은 실로 걱정거리다. 해마다 여의도 넓이의 1.2배인 9㎢가 무덤이 된다. 97년말 현재 ‘주검을 위한’ 묘지면적은 ‘산 자를 위한’ 택지 넓이의 절반이 넘는 989㎢. 50년쯤 지나면 가용(可用)국토 어디에도 묘지를 쓸 데가 없어진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그래서 각계의 지도급 인사들이 앞장서서 화장을 ‘유언’하고 장묘문화 바꾸기 운동에 나섰다.

▽아이디어도 속출한다. 서울시는 화장후 인터넷을 통해 참배하고 제사도 지낼 수 있도록 ‘하늘나라 우체국’이라는 사이트를 열기로 했다. 고인의 행적 기록 사진에다 비디오 테이프나 목소리까지 담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해외 출장중에 제사나 추석을 맞는 자손은 현지 추모도 가능하게 된다. 장묘문화를 바꾸고 화장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자는 데 사이버 기술이 접목되고 있는 것이다.

김충식〈논설위원〉sear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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