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예산 편성에서 문화예산은 그야말로 ‘푸대접’을 받아 왔다. 늘 시급하지 않은 분야로 간주돼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일쑤였다. 그동안 문화예산이 정부 일반회계에서 차지했던 비중은 97년 0.68%, 98년 0.64%, 99년 0.79%로 1%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프랑스가 공연장 박물관 도서관 등 문화인프라를 거의 완벽하게 갖춘 상태에서 80년대초 ‘문화예산 1%’를 달성한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 문화는 무척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특히 별다른 무역장벽 없이 국내에 곧바로 유입되는 선진국의 수준높은 문화에 고전하고 있다. 문화예산이 1%를 넘어섰다고 우리 문화가 하루 아침에 발전과 중흥의 전기를 맞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문화인프라조차 갖춰져 있지 않고 미국이나 유럽처럼 기업들이 문화를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풍토가 뿌리내리지 못한 현실에서는 정부의 문화예산 우대조치가 바람직하다.
그래도 과제는 남는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예산을 집행하느냐의 문제다. 과거 적은 문화예산이나마 제대로 썼느냐는 물음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신규로 확보된 문화예산의 쓰임새 중에는 문화발전과 직결되어 있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눈에 뜨인다. 이를 테면 각각 500억원이 투입되는 남해안 해양관광벨트 개발사업과 역사문화권 개발사업이 그것이다. 문화예산에 이런 관광사업 비용까지 포함시킬 수 있느냐는 기본적인 의문과 함께 지역개발을 내세운 내년 총선용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문화예산이 실제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집행되려면 문화 행정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하다.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직접 지원은 문화부 산하 단체나 각종 위원회가 맡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단체들에 적임자를 기용해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해야할 책임이 문화부에 있다. 그러나 영화진흥위 위원장 등 최근 문화부가 실시한 몇몇 단체장의 인사를 둘러싸고 문화계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련단체지원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될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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