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난해 70홈런 이정표를 세운 ‘빅맥’ 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처럼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지닌 것도 아니고 17년연속 3할타자 토니 그윈(샌디에이고 파드리스)처럼 고감도 타격의 소유자도 아니다.
메이저리그 19년 통산 타율 0.278에 시즌 평균 20홈런에 불과한 그저 괜찮은 공격형 유격수. 그러나 그는 82년부터 무려 2632경기를 단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출전했다.
이는 일본프로야구의 기누가사 사치오(히로시마 카프)가 갖고 있는 2215경기를 훨씬 능가하는 세계기록. 바로 이 점이 불혹에 가까운 나이에도 그가 전세계 야구팬의 추앙을 받고 있는 이유다.
18년 역사의 국내프로야구에서도 우등상보다 값진 개근상 신기록이 세워져 잔잔한 감동을 던져주고 있다.
쌍방울 7년생 2루수 최태원(28). 그는 18일 삼성과의 대구경기에 출전함으로써 올초 삼성에서 은퇴한 김형석이 두산 시절인 89년부터 94년까지 세운 622경기 연속출전 기록을 넘어섰다.
93년 쌍방울에 2차지명돼 95년 4월16일 광주 해태전서부터 연속경기 출전기록을 이어온 최태원은 칼 립켄 주니어처럼 슬러거도 교타자도 아니지만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악바리로 불리는 선수.
97년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1년 내내 캐치볼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3할타율(0.306)을 쳐냈고 95년에는 최다안타왕(146개)에 올라 쌍방울에서는 몇 안되는 타이틀 홀더가 됐다.
올해 무릎부상으로 타격 슬럼프가 계속되자 7월에 당시 생후 5개월된 아들 준서군과 함께 머리를 빡빡 밀고 나와 ‘그라운드의 수도승’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게다가 그는 대타나 대수비로 출전한 경우가 10경기에 불과해 ‘철인’의 3대요건인 기량 체력 정신력의 삼박자를 모두 갖췄다는 평가.
그러나 정작 최태원은 “톱타자로서 제 역할을 못하면서 연속경기 출전기록을 이어가고 있는게 부끄럽다”며 얼굴을 붉혔다.
쌍방울은 어려운 구단 사정에도 이날 순금 2냥짜리 황금배트와 기념패를 전달해 최태원을 격려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