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같은 대북(對北)개방은 법개정이 필요한 부분과 안보에 민감한 분야를 제외했고 또 ‘북한이 어떠한 형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도 자제할 것이라는 이해’아래 취해진 제한적, 조건부 조치다. 따라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다시 손을 대거나 베를린 회담의 합의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말처럼 미국은 ‘미국의 안보 이익을 지키기 위한 조치’를 다시 취하게 된다. 물론 그같은 상황이 오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그 전적인 책임은 북한측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와 동시에 대북제재 해제조치를 반대하는 미 의회 내부의 강경목소리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북한이 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 개발계획을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보장한 상태가 아니라며 클린턴행정부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조치가 너무 성급한 것이라고 비난한다. 일부 공화당의원들은 이번 해제조치가 클린턴 행정부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 만일 클린턴행정부가 이같은 의회내 반발세력을 설득하지 못하면 문제는 간단치 않을 것이다. 북한에 언제라도 베를린합의의 틀을 벗어날 구실을 제공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한반도에는 또다른 긴장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본격적인 대북협상을 시작할 클린턴행정부 역시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보다 신중하길 당부한다. 혹시라도 내년의 대통령 선거를 의식하고 대북 정책의 표면적인 성과에만 집착한다면 한반도문제는 더욱 꼬이게 된다. 그같은 미국의 국내사정을 이용하려는 북한측 작전에 북―미협상이 말려들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번 대북제재조치 해제가 가시화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미국내의 행정적인 작업도 간단치 않지만 문제는 북한이 미국과의 인적 물적 교류를 수용할 채비를 얼마나 빨리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북―미 관계는 고위급 회담으로 이어지면서 급류를 탈 조짐이다. 우리는 한시라도 그같은 급류를 놓쳐서는 안된다.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이 밝힌 94년 미국의 대북폭격 계획처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한반도의 운명을 바꿀지도 모르는, 그런 비밀 계획이 다시는 만들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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