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순활/日 경제관료들의 '경솔한 입'

  • 입력 1999년 9월 18일 19시 04분


엔화 초강세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일본 정부와 재계도 잠시 여유를 되찾았다. 이런 여유를 이용해 일본언론은 ‘이번 엔화급등은 왜 일어났는가’를 분석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특히 고위당국자들이 충분한 조율도 없이 불쑥불쑥 내뱉는 말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 신문은 17일자 사설에서 “고위당국자들이 엔화강세에 대해 중구난방의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는 것이 걱정된다”고 논평했다. 사설은 이어 “고위인사들의 발언 편차는 시장을 혼란시켜 환율을 급등락시킬 수 있다”며 ‘입조심’을 당부했다.

일본에서는 현안이 있으면 경제각료나 중앙은행총재가 거의 매일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 과정에서 일부 발언이 결과적으로 엔화급등을 더욱 부채질했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대장상은 “엔화강세는 일본경제회복에 따른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일본의 문제”라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 발언이 외환시장에 대한 미국의 공동개입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엔화가치가 폭등했다. 결국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관방장관이 “일본경제는 아직 튼튼하지 않다”며 급히 불을 꺼야 했다.

하야미 마사루(速水優)일본은행총재의 “기업들은 자기 노력으로 환율변동에 대처해야 한다”는 발언도 혼선을 빚었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전 대장성 재무관 사카키바라 에이스케(?原英資)는 “국익이 걸린 문제에 중앙은행이 정부와 인식을 공유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하야미총재에게 직격탄을 쏘았다.

일본 당국자들의 ‘입’이 부른 부작용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기업간 사업교환(빅딜)―대우그룹 처리―재벌개혁 등을 놓고 관계당국자들이 엇갈리게 말해 빚은 혼란이 얼마나 컸던가.

권순활<도쿄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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