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1일 정규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포항 스틸러스는 울산 현대 정정수에게 경기 시작 16분만에 선취골을 내줬다가 후반 12분 김명곤의 동점골과 44분 최문식의 역전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그러나 전광판의 시계가 멈춘 후반 48분 현대 김종건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선수들의 다리에 맥이 풀렸다. 바로 그 순간 백승철의 벼락같은 중거리슛이 터졌다. 포항의 짜릿한 3―2 역전승.
‘그때 그 주인공’ 백승철이 돌아왔다. 프로 2년차로 지난해보다 한결 성숙한 플레이를 해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책임지겠노라고 장담하며.
이동국이 올림픽대표팀에 차출돼 빠진 상황도 지난해와 똑같다. 올시즌 초 거듭되는 무릎 부상에 2군으로 추락했던 악몽은 모두 잊었다.
백승철은 11일 천안 일화전에서 쐐기골을 박아 팀을 3연패 수렁에서 건지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15일 울산 현대전에서는 후반 두골을 기록하며 팀의 극적인 연전승을 이끌었다. 꼴찌로 추락했던 팀이 4위까지 도약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의 희망을 다시 갖게 된 것도 백승철이 살아났기 때문.
특히 백승철의 한템포 빠른 슈팅은 방향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휘어지기까지해 상대 GK에겐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다.
백승철은 큰 경기에 강하다. 팀이 어려울수록, 상황이 급박해질수록 그의 진가는 빛이 난다. 잦은 부상과 벤치신세에도 불구하고 99바이코리아컵 K리그 출장 14경기에서 야금야금 6득점을 기록해 골순위 13위에 올라 있다. 게다가 6득점 모두 필드골.
명문 구단 재건을 외치고 있는 박성화 포항 감독. 백승철의 부활을 지켜보는 요즘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시지 않고 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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