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광길이네 할아버지가 일어나 툇마루 앞에서 콜록이며 기침을 여러번 하고나서 가래를 뱉는 소리가 들릴 제 우리도 깨어났다. 주위는 아직도 사방이 캄캄한 새벽인데 언제 일어났는지 그애 큰엄마가 솔가지로 아궁이에 불을 때어서 굴뚝에서 올라온 매캐한 냄새가 마당 주변에 가득차 있다. 쌩하니 추운 날인데도 연기 냄새만 맡아도 어쩐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광길이와 나는 투박하게 생긴 군용 손전등을 들고 여름에나 쓰는 매미채를 찾아내어 뒷마당을 건너가 대숲으로 들어갔다. 이제 막 깨어나기 시작한 참새들이 어둠 속에서 제각기 울부짖는 소리로 귀가 멍멍할 정도였다. 내가 손전등을 먼저 대나무 가지 사이로 겨냥하고나서 단추를 누르면 불이 갑자기 켜지고 놀라서 꼼짝도 못하는 참새들이 풍년 든 과수원의 열매들처럼 가지에 다닥다닥 매달려 있었다. 매미채로 참새들을 훑어내리면 두세 마리씩 잡혔는데 그제서야 알아챈 참새들이 퍼덕이며 망 안에서 요동을 쳤다. 그렇게 새벽 나절에 잠깐 수고를 하고나면 수십마리의 참새를 잡을 수 있었다. 우리는 옆구리에 찬 자루에다 참새를 쓸어넣고 쇠솥에 안친 밥이 한참 뜸들어 구수한 냄새가 가득한 부엌에 들어가 아궁이 앞에 나란히 쭈그려 앉았다. 아궁이 안에는 불꽃이 사그러들어 벌겋게 숯이 된 솔가지들이 있었고 참새를 통째로 던져 넣어 굽는다. 소금을 뿌려서 연한 참새고기를 뜯던 생각이 난다.
복식도 끝나고 전과 같은 감옥의 일상으로 돌아온다. 식욕은 여전히 왕성하고 아무리 제 때 식사를 하여도 뭔가 모자란 듯한 허기는 가시질 않는다. 감옥에서는 징역 중에 가장 혹독한 달인 정월 한 달을 추위와 굶주림에 견뎌야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자신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풍선에서 바람이 빠져 나가듯 몸무게도 칠 팔 킬로그램이나 한꺼번에 줄어들었다. 곧 구정이 다가오고 이맘때 쯤이면 그나마 짜디짠 김장김치도 다 떨어져갈 무렵이다. 정치범 사동의 소지는 내 식구라서 가을부터 우리는 겨울 준비를 해두었다. 내가 배당 받았던 사동 앞의 길쭉한 텃밭에 가을부터 배추를 길렀고 십 이월 초에 거두었는데 속이 차고 잎이 큼직한 탐스러운 배추를 수십 포기 확보했다. 소지와 나는 배추를 신문지에 하나씩 정성들여 싸서는 매점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음료수 박스에 채곡채곡 쌓아서 계단 밑 사동 창고 안에 갈무리 하였다. 사동 창고에서 우리는 하루 두끼의 식사를 함께 했는데 저녁 때엔 폐방을 하고나서 각자의 방에서 식사를 했다.
<글: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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