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진흥기금은 ‘준조세’ 형태로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문화예술계의 어려운 형편을 감안하면 이 기금의 존폐 여부를 규제개혁 차원으로만 다룰 일은 아니다. 이 기금이 투명하고 공정한 방법으로 문화예술인들에게 전달되느냐는 데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도 많지만 그래도 문화예술인들에게 상당한 ‘버팀목’이 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또 내년도 문화예산이 정부예산의 1%를 넘어섰다고는 하지만 관광부문을 뺀 순수문화예산은 여전히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문화관광부로서는 문예진흥기금 확보를 통해 문화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인 것 같다.
기금의 공익적 가치, 나아가 문화부의 징수연장 논리가 설득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규제개혁위나 문화부의 태도는 떳떳지 못했다. 규제개혁위는 징수기한을 연장해 주는 대신 징수액이 목표액 4500억원에 도달하면 기한 이전에라도 징수를 중단하는 이른바 ‘일몰제’를 부대조건으로 내걸었다. 문예진흥기금의 연간 징수액은 200억원 정도다. 이 액수를 앞으로 2004년말까지 5년간 계속 거둔다 해도 100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목표액을 채우기 위해 필요한 1329억원의 추가기금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규제개혁위가 일몰제를 핑계로 징수연장을 눈감아 준 것과 다름없다.
문화관광부도 마찬가지다. 규제개혁위원회와 기금 징수기간을 연장하느니 마느니 하는 실랑이를 벌이기에 앞서 부족한 기금을 과감하게 정부예산으로 채워넣는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다. 정부가 ‘문예진흥’을 하려는 의지만 확고하다면 거부감을 주는 준조세 성격의 문예진흥기금 징수를 중단하고 연간 200억원의 징수금액을 정부가 대신 내놓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본다. 또 기금 목표액이 4500억원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문화관광부의 주장도 너무 막연하다. 기금이야 많을수록 좋겠지만 그렇다고 무기한 거둘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이만한 돈이 필요한 구체적인 이유를 대외적으로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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