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유재천/기사속 간접광고 거슬린다

  • 입력 1999년 9월 19일 18시 40분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신문과 방송의 간접 광고가 크게 늘어났다. 큰 폭으로 감소된 광고 수입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 가운데 신문기사 속의 간접광고는 해당 업체의 광고수주와 연관된 의도적인 행위일 수도 있겠고, 혹은 부주의로 인한 잘못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신문에서 이러한 간접광고가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지면은 부동산 페이지다. 부동산면에 실리는 대부분의 기사는 아파트 분양 정보다. 그래서 요즘 신문은 ‘복덕방’임을 자임하는 것 같다. 물론 아파트분양 정보는 내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 또는 부동산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기사가 객관적인 정보를 제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업체의 홍보 팜플렛에나 실릴 내용을 써준다는 데 있다. 예컨대 ‘실내의 답답함을 줄이기 위해 한강과 접한 면에 27m짜리 대형 유리창을 설치하고…’ 등등이다.

그런가 하면 같은 단지 내 이미 분양한 아파트 값이 몇천만원 뛰었다는 식으로 투자욕구를 부추기기도 한다.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의도적인 기사쓰기라면 할 말은 없지만 업체의 편에서 홍보용 기사를 쓰는 것은 언론의 정도가 아니다.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한 정보를 주려면 아파트단지의 입지조건 교통 교육환경 편의시설 등등을 살펴 주어야 한다. 하도 쏟아지는 물량이 많아 그럴만한 여유가 없는 탓이겠지만 업체가 제공하는 분양조건들을 기계적으로 손질해 싣는 천편일률적인 기사로 지면을 채울 뿐이다.

간접광고는 부동산면에서만 볼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저런 기사 속에 등장한다. 예컨대 10일자 B5면의 광고 이야기를 다룬 ‘케토톱’기사가 그러하다. 광고를 찍기 위해 3일 동안이나 춤을 추어야 했던 노인들이 관절 고통을 호소했고 태평양제약에서 제공한 케토톱 5박스로 통증을 가라앉힌 뒤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는 내용은 간접광고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대통령은 뉴질랜드 방문 중에 아시아의 인권 국가인 한국이 동티모르의 평화를 위해 파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런 인권국가에서 통신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현저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국회에 제출된 정보통신부의 한 자료에 의하면 전화국이 올 상반기에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군수사기관 등에 제공한 전화 통신 관련정보가 61만 6000건에 달했다고 한다. 작년 같은 기간의 경우보다 65.3%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동아일보는 2일자 신문에서 휴대전화 가입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통화내역 조회건수가 올해 상반기에 4만8000건에 이르렀으며 그것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5%나 늘어난 건수라는 것을 단독으로 입수한 자료를 통해 보도했다.

이어서 3일자 신문에서 실태와 문제점을 다루고 사설로써 비판했다. 그리고 4일에는 올해 강원 춘천시에서만 수사기관에 제공한 휴대전화 통화내역이 1만건이나 된다는 사실도 보도했다.

다른 신문에 앞선 이와 같은 보도와 해설 및 논평은 돋보였다고 하겠다. 앞으로도 통신의 자유 보장과 사생활 보호를 위해 법적 장치가 마련되도록 여론을 형성하는 데 힘써 주기를 기대한다.

유재천 (한림대교수·언론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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