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위는 이렇다. 국회 재경위가 열린 것은 16일. 이날 강봉균(康奉均)재정경제부장관 엄낙용(嚴洛鎔)차관을 비롯해 실국장들이 전원 출석한 가운데 재경부 회계결산안에 대한 심의와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종일토록 진행된 심의와 질의응답이 끝나고 오후 5시50분경 안건처리를 위한 표결에 들어가려고 했다.
이때 자리를 지키고 있던 국회의원은 재경위 소속 30명중 절반인 15명에 훨씬 못미치는 8명에 불과했다. 표결을 처리하려면 최소한 과반수가 자리를 지켜야 한다. 결국 재경위는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산회를 선언하고 다음날로 회계결산안 처리를 미뤘다.
이날 의원들은 하도 들락날락해 하루종일 평균 10명을 넘지 않았다. 이미 예고된 사태였던 셈.
17일 엄차관은 위원장이 방망이를 두드리는 절차를 밟기 위해 또다시 국회로 향했다. 이날도 엄차관은 허탈하게 과천청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재경부 회계결산안이 오전 10시에 재상정됐으나 이 시간에 출석한 의원이 6명에 그쳐 표결이 20일 본회의 날로 또다시 연기됐기 때문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과거엔 의원들이 도중에 자리를 비우더라도 최소한 표결할 때는 의결정족수를 채워주는 성의는 보였다”며 “이번처럼 정족수가 모자라 의결이 안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경부 회계결산안은 여야간에 이견이 있는 안건도 아니다. 오히려 이견이 많은 중요한 안건이라면 이런 어이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송평인(경제부)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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