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재단인 인터넷 내용 등급심의협회는 내년 중에 RSACI라는 이름의 인터넷 등급 심의 및 여과 시스템 개정판을 내놓을 계획이다. 인터넷 내용 등급심의협회는 4개월 전에 설립되었으며 미국과 영국에 사무실을 갖고 있다. 이 협회의 스티븐 보캠 회장은 “RSACI는 미국적인 문제에 대한 미국적 해결책이었다”면서 “이 시스템을 국제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SACI는 원래 1996년에 온라인에 게제된 불건전한 내용을 규제하려는 미국 연방정부의 시도에 대한 대응책으로 마련되었다. 현재 이 시스템은 인터넷에 문서를 올리는 사람들에게 섹스, 신체 노출, 폭력, 언어의 네 가지 범주 별로 0에서 4까지 자율적으로 등급을 매기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부모들은 이 등급을 기준으로 자녀들에게 어떤 등급까지 열람을 허용할 것인지 결정해서 원하지 않는 등급의 문서를 웹브라우저가 차단하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보캠은 현재 12만 개의 웹사이트가 RSACI를 이용해서 자율적으로 등급을 매겼다고 밝혔다. 현재 인터넷 사이트 수가 수백만 개를 헤아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적은 숫자이지만 보캠은 등급이 매겨진 사이트 중에 접속빈도가 높은 웹사이트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내용 등급심의협회는 내년에 내놓을 RSACI의 개정판을 위해 저마다 생각의 기준이 다른 세계 각국의 부모들을 배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보캠은 유럽인들은 미국인들에 비해 신체 노출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반면 폭력에 대해서는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적인 인터넷 내용 등급심의 시스템에 대한 논의는 최근 들어 부쩍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그 계기를 마련해준 것은9월초에 뮌헨에서열린 한 회의에서 독일의 베르렐스만재단이 발표한 제안서였다.
당시 이 제안서의 지지자들은 이러한 시스템이 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검열을 물리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 시스템이 오히려 정부에 의해 악용될 수도 있다는 반론을 폈다. 세계적인 인터넷 등급 심의 시스템의 등장을 계기로 각국 정부들이 오히려 인터넷에 문서를 게재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등급을 매기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거나 등급을 잘못 매긴 사람들을 처벌하는 제도를 만들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보캠은 RSACI의 개정판을 준비하면서 배르렐스만 재단의 제안서는 물론 다른 의견들도 면밀히 참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인터넷 내용 등급심의협회 외에 인터넷의 자율적인 규제를 시도하고 있는 곳으로는 세이프서프가 있다. 1995년에 설립된 기업인 세이프서프는 자율적인 등급 결정과 ‘제삼자’에 의한 등급 결정을 통해 현재까지 17만5000개의 사이트에 등급을 매겼다.
(http://www.nytimes.com./library/tech/99/09/cyber/articles/25rating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