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세'의원 부인의 보험모집

  • 입력 1999년 9월 28일 18시 49분


국민회의 총재비서실장인 김옥두(金玉斗)의원의 아내 윤영자씨가 삼성생명의 보험설계사(모집인)로 일하면서 실적 1위를 기록했다. 올해로 25년째 그 일을 해온다고는 하지만 유독 현정부 출범 후인 98년 새 계약 보험료 입금 실적이 22억2350만원, 99년9월 현재 29억5054만원에 이르고 있다. 윤씨의 96년 계약실적은 6억여원, 97년에는 2억5000여만원이었다.

김의원 부부가 해명하는 대로 집권당 의원이나 그 가족 차원의 ‘청탁성 계약은 없다’고 믿고 싶다. 또 윤씨가 실적 1위를 기록하는 데 기여한 삼성그룹의 이건희회장이 98년 2월 5억원의 적금형 보험을, 이회장의 부인 홍나희씨가 자녀 이름으로 5억7000만원짜리 연금형 보험을 각각 들어준 것도 ‘삼성생명 자체의 고액 실적 모집인에 대한 격려 차원’이라는 설명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정권의 눈치를 살피게 되어 있는 한국 사회의 통념상, 그리고 ‘실세가 누구며 그와 만나기 위해 어떤 수를 쓰느냐’가 관심거리인 현실에 비추어 윤씨의 보험모집 실적을 ‘소박하고 성실하게 발로 뛰어 번 능력급(能力給)’이라고만 생각하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물론 “정치를 깨끗이 하기 위해서라도, 오래전부터 해오던 정당한 부업은 계속 하는게 옳고, 그만두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느냐”는 반론도 있다. 또 윤씨는 “80년대 이후 전국 상위권 실적을 유지해왔고 이번에도 더욱 열심히 기존 계약자들을 찾아 다니며 권유한 결과 1위를 했다”고 말했다는 보도다. 그러나 윤씨의 지난해 사내 실적 1위, 그에 따른 사내 연도상 수상은 어쩐지 예사롭지 않고 어색하게만 보인다.

더욱이 이건희회장 부부의 보험가입에 대해서도 삼성측과 윤씨측의 해명은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삼성측은 “이회장이 우수 보험모집인 9명에게 격려 차원에서 33억원의 보험을 들었고 그 중 일부를 윤씨에게 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윤씨는 “모집실적 1등을 해보고 싶어서 회장 비서실을 찾아가 가입을 부탁했다”고 말했다는 보도다. 이런 석연치 않은 대목이 우리를 더욱 찜찜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이건희회장 부부의 보험가입 성격을 좀더 명확히 규명해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씨의 보험 모집 부업이 법률적으로 문제시될 순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차원의, 권력 주변에 대한 윤리적 감시의 눈길마저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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