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문제를 논의한 2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회의에서 한나라당 박관용(朴寬用) 김덕룡(金德龍)의원은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파병을 결정하면서 국민과 야당에 한마디 상의라도 했느냐. 그러니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제왕적(帝王的) 대통령’이란 얘길 듣는 것이다.”
두 의원은 사전 상의의 대상으로 ‘국민’과 ‘야당’을 거론했지만 ‘야당’쪽에 더 무게가 실려있음은 물론이다. 아무튼 정부로부터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사실 자체가 야당을 자극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같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떠오르는 문제 중 하나가 여야 간의 ‘핫라인’이다. 독재의 전형으로 일컬어지는 전두환(全斗煥)정권 때도 여야 간에는 ‘막후대화’라는 게 있었다.
막후대화는 흔히 ‘밀실야합’으로 해석돼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여야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YS 정권 때 YS와 DJ 간 감정싸움이 격화되면서 여야 간 ‘핫라인’은 사라졌고 지금도 복원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파병의 찬반론에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파병 여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선택의 문제다. 국내 정치문제도 아닌 대외적 사안인데 ‘육탄저지’ 운운할 일도 아니다. 그래서 야당도 엄연히 국민대표성을 지닌 집단이라는 생각을 소홀히 한 김대통령의 책임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윤영찬〈정치부〉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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