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순활/日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들…

  • 입력 1999년 9월 29일 18시 40분


“일본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신경쓸 필요가 전혀 없다면서요?”

일본에 처음 온 한국인들한테 자주 듣는 말이다. 기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 그런 한국인은 일본 운전자들이 횡단보도의 일단정지선에 반드시 멈추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몇년 전 국내 TV가 도쿄(東京)의 거리에서 몇시간 동안 관찰했으나 일단정지선을 무시하는 운전자가 없었다는 얘기도 곁들인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선입견이다. 기자가 사는 집은 자동차 통행량이 많은 도쿄의 야스쿠니(靖國)도로변에 있다. 출퇴근 때 일단정지선을 넘어 횡단보도에 차를 바싹 붙이거나 신호등을 아예 무시하는 운전자를 보지 않는 날이 거의 없다. 특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훨씬 심해진다.

“일본인들은 길에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는 속설도 일본에 대한 환상 가운데 하나다.

길을 걸으면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아무데나 버리는 일본인은 의외로 많다. 기자가 퇴근 때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 신바시(新橋)역 입구에는 거의 매일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다. 길에 쓰레기 등을 버리는 사람을 처벌하는 조례를 만든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일본거리가 깨끗한 인상을 주는 것은 버리지 않아서가 아니라 청소원들이 열심히 일하기 때문이다.

일상생활과 관련해 일본의 좋은 점을 부러워하고 우리의 처지를 돌아보는 것은 좋다. 일본인들이 줄을 잘 서고 참을성있게 기다리는 것도 사실이다. 확실히 일본사회는 한국보다 전반적으로 잘 정돈돼 있다.

하지만 실제와 달리 일본사회를 칭찬한 뒤 “그러니까 한국은 안돼”라며 ‘엽전근성’ 운운하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지나친 자기비하는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자존심만큼이나 위험하다.

권순활<도쿄특파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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