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인간배아 복제]난치병 연구위해 부분허용을

  • 입력 1999년 9월 30일 19시 42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생명복제기술 합의회의가 ‘인간배아 복제금지’를 채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간배아 복제 찬성론자들은 “난치병 치료 연구 등을 위해 정자와 난자의 수정 뒤 14일 이내에는 실험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정 즉시 인간생명이 시작되는데 복제 실험을 하는 것은 생명경시”라는 반대론도 강하다.>>

‘인간배아 복제연구 금지’결정은 시민패널의 합의안이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다. 논란의 핵심은 수정 후 14일 이내의 착상전 배아에 대한 연구까지 금지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언제부터 생명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느냐는 문제는 종교계 윤리학계는 물론 생명과 관련된 연구를 하는 학계 내에서 오랜 논쟁거리였다.

학문적으로 생명의 시작은 수정 이후 14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이 때 원시선(原始線)이 생기고 인체의 근간이 되는 척추가 형성되며 신경판 간 췌장 심장 근육 혈액 등으로 분화 발달한다.

원시선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의 배아는 무한히 분열하는 세포 차원으로 간주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14일 이전의 인간배아에 대한 연구 및 실험을 허용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대한산부인과학회의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에 따라 인간배아 복제를 생식의학 기초연구와 불임증 진단치료 등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실례로 수정 후 2∼5일 된 초기배아 세포단계에서 유전병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고 있고 장기(臟器)로 발달할 수 있는 ‘배아 간세포’ 제작을 통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

미국에선 수정 후 4∼5일 된 인간의 초기 배아세포와 인공 유산된 태아의 원시세포로부터 특정한 기관으로 발달할 수 있는 간세포를 분리 배양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연구를 통해 대체장기를 생산하지 않더라도 세포나 조직차원에서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당뇨병 등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열릴수있다.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만든 간세포를 이용하면 대체장기나 세포이식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면역거부 반응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확립된 생명체 복제기술과 기초생명과학 연구가 ‘인간복제’라는 지나친 기우에 부딪혀 위축돼서는 곤란하다.

앞으로 생명과학분야 연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연구의 후진성을 벗어날 수 없다. 이 기회에 생명공학 연구에 대한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인간 자체의 복제는 금지하더라도 연구만은 활성화해야 한다.

박세필(마리아불임클리닉 기초의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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