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씨는 20여년간 묘지사업을 했으며, 매장 및 묘지법 위반죄로 구속됐다가 15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다. 29일 국감장에서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의원은 “엄이사장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선친 묘소를 불법이장한 공로로 임용됐다. 엄이사장은 또 김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일(金弘一)의원의 오른팔로 자처하며 장관이 주재하는 산하기관장회의에도 줄곧 불참했다”고 공격했다. 야당의원들은 엄이사장의 학력 허위기재설도 제기했다. 한편 이 공단을 관할하는 환경부는 작년 5월 엄씨를 이사장으로 선임하는 데 반대했다고 한다.
엄씨를 둘러싼 얘기들이 쏟아져 나오는 데 대해 그를 이사장 자리에 앉힌 권력측은 지금 어떤 감회를 갖고 있을까. 누가 뭐래도 적재적소(適材適所) 인사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무리한 낙하산 인사는 역시 후유증을 남기는구나’라며 내심 후회하고 있을지…. 아무튼 엄씨와 관련돼 불거진 사안들이 명예롭지 못한 것들이라면 이는 그 개인의 욕됨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임명권자를 욕되게 하고 정부 및 권력에 대한 다수 국민의 불신 반발 비아냥을 낳을 것이다.
엄씨의 경우는 공기업 등 정부산하기관 낙하산인사의 작은 사례에 불과하다. 김대통령은 취임 전후 ‘전문성을 중시하는 인사’를 누차 강조했지만 그 원칙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인사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여권(與圈) 인사들의 추종자 후원자 심부름꾼 등 ‘준비되지 않은 인물’들이 권력의 전리품 챙기듯이 여러 공공기관 회전의자들을 차지했다.
벼락출세한 이들이 자리를 지키고 행세를 하자니 기관내 병폐나 부조리와 타협하지 않기도 어려울 것이다. 공공기관의 경영 난맥과 개혁 불발에는 그런 요인도 적지 않아 보인다. 그 궁극적 피해자는 국민이다. ‘국민의 정부’라면, 공공기관 인사의 파행이 부메랑처럼 정권의 짐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점에서도 잘못된 낙하산인사를 교정하고 인사 정상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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