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들은 시 산하 가양하수처리사업소 직원들의 봉사모임인 ‘릴리회’를 이렇게 표현한다.
사실 공무원 사회에는 갖가지 모임이 많다. 그 중엔 연줄을 이어가기 위한 모임도 있고 단순한 친목을 위한 모임도 있다.
★중하위직 7명 시작
하지만 ‘가양하수처리사업소 릴리회’는 그런 모임들과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대표적인 기피직종으로 꼽힐 만큼 근무여건이 열악한 하수처리사업소, 그 안에서도 기능직 등 중하위직 직원들이 87년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다.
전국적인 나병환자 돕기운동 모임인 ‘릴리(백합)회’의 이름을 따 가양하수처리사업소 릴리회로 이름붙인 이 모임의 회훈은 ‘가난한 이웃과의 나눔’.
★총 2600여만원 기탁
이들은 모임을 만든 뒤 매월 야근수당 등 각종 수당에서 조금씩을 떼 성금을 모았다. 워낙 박봉인 하위직 공무원들인지라 1000원, 2000원 정도씩을 내는 사람도 있고 조금 형편이 나은 사람은 몇만원을 내기도 한다. 적게 냈다고 부끄럽게 여기거나 많이 냈다고 티를 내지도 않는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이들이 모아 나환자돕기모임이나 양로원 등에 보낸 성금은 어림잡아 2600여만원.
하지만 이들은 절대 자신들의 선행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성금을 기탁할 때도 되도록 직접 전달은 피하고 주로 민간단체 등에 기탁하는 방식을 택하곤 한다.
★불우청소년 학비도
이들의 활동에 뜻을 같이하는 동료가 계속 늘어나 발족 당시 7명에 불과하던 회원이 지금은 95명으로 늘어났다. 가양사업소 직원 250명 중 38%가 회원인 셈.
이들은 1년에 몇차례씩 정신지체아수용시설 등을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또 사업소가 있는 강서구 관내 불우청소년 6명의 학비를 도와주고 있다.
이 모임의 대표 역할을 맡고 있는 안경식(安京植·39·기능 7급)씨는 “이웃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것은 선행이라기보다는 사람 사는 곳에서의 당연한 도리이자 의무라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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