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직도 부당내부거래라니

  • 입력 1999년 10월 3일 19시 08분


5대 재벌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세번째 부당내부거래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우선 부당내부거래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고 수법 또한 더욱 고도화 지능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국내 굴지의 재벌들이 겉으로는 구조조정을 한다면서 안으로는 갖가지 수단을 동원, 부실계열사를 지원하거나 총수의 부(富)와 지배권의 세습, 재벌금융사의 사금고화를 획책해 온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물론 재벌의 부당내부거래가 문제가 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공정위가 지난해 7월 1차 조사에 착수, 5대그룹 소속 115개 계열사의 4조원대 부당내부거래를 밝혀냈고 그해 11월 2차 조사에서도 54개 계열사간의 1조5000억원대 부당지원 거래규모를 적발했었다. 그때도 놀라움이 컸지만 이번 3차 조사 결과 드러난 부당내부거래규모는 1,2차 조사 때의 거래규모를 합친 것의 2.2배가 넘는 12조3000억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규모가 커진 것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작년 1,2차 조사 때만 해도 이들의 부당내부거래 수법이란 것이 계열사끼리 서로 기업어음(CP)을 저가로 매입해 주는 단순 지원방식이었으나 지금은 은행이나 종금사, 역외펀드 등을 통한 교차 우회지원 수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재벌들은 한계계열사를 부당지원, 선단식 경영체제를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묘한 수법의 부의 세습과 경영권 확보까지를 겨냥하고 있다. 또 계열 금융기관들은 투자자의 자금을 활용, 그룹내 자금파이프 역할까지 했다. 이를 밝히는 데 금융거래정보요구권(계좌추적권)이 큰 역할을 했다.

재벌의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를 왜 척결해야 하는지는 새삼스레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것은 공정한 거래를 해쳐 시장을 파괴하고 자원배분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재벌들로서도 부실계열사에 대한 무모한 지원은 그룹 전체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재벌의 부실은 바로 국민경제 전체의 부실을 부르게 된다. IMF체제를 맞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니었던가.

공정위가 부당내부거래를 뿌리뽑기 위해 과징금 부과한도를 현행 2%에서 5%로 올리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재벌개혁의 핵심이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차단, 선단식 경영체제의 종식이라면 공정위는 부당내부거래 감시자 노릇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재벌 또한 건전경영의 의지 없이는 앞으로 살아남을 수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부실을 도려내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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