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영하/'기회의 땅' 우즈베키스탄

  • 입력 1999년 10월 4일 18시 38분


당나라의 수도였던 장안(현 시안)과 터키 이스탄불을 연결하는 1만㎞ 실크로드를 따라가 보면 우즈베키스탄이 한 가운데 있다. 지리적으로 중앙아시아 내륙국이어서 구소 연방공화국 시절에도 바깥 세상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곳이다.

소련이 무너진 뒤 이 나라에 연해주로부터 강제이주 당해 목화밭에 뿌려졌던 한인동포들이 60년 살고 있다. 이 땅에는 원래 실크로드를 지배했던 이란계 소그드 인들이 살았으나 수많은 외세의 침략과 유입으로 다민족화했다. 특히 7세기 몽고 고원으로부터 투르크족(돌궐족)이 유입해 오늘날 이 나라 민족의 대부분을 이룬다. 당나라는 현종 때인 751년에 고구려출신 고선지 장군에게 10만 대군을 주어 톈산을 넘어 이곳까지 원정한 일도 있다. 이들 투르크족은 9세기부터 아랍의 침략을 받아 일찍이 이슬람화했다. 사마르칸트 부하라를 중심으로 융성했던 이슬람문화는 13세기 몽고 침입으로 황폐해졌다가 15세기초 티무르 제국이 흥하면서 많이 복원됐다. 근세에는 소련시절까지 합해 130여년을 러시아 영향 아래 있었다. 지금은 다른 구 소 연방 공화국이었던 CIS국들과 마찬가지로 독립국으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로의 길을 열심히 가고 있다.

한반도의 두배 정도 되는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다섯 나라 가운데 가장 중심에 있는 인구 2300만의 개방적 온건 회교국이다. 남쪽으로부터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북상을 경계하는 다민족 국가로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타타르 한인 등 많은 소수민족들이 고유 언어와 전통 문화를 이어가면서 사이좋게 살고 있다. 23만 한인 동포들은 일등 소수민족으로 꼽히고 있다. 소련 치하에서 고향도 잊은채 노동에 시달리던 이들은 88 서울올림픽으로 잊었던 조국을 알게됐다. 이들이 일군 김병화 농장, 뽈리따젤 농장에 가면 지금도 깊은 주름패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애환을 들을 수 있다. 자신들을 고려인이라 부르는 이들은 수교 이후 한국기업 진출로 더욱 위상이 높아졌다. 현재 100여 한국 기업이 진출했다. 오아시스 도시 타쉬켄트 시내는 대우차로 홍수를 이룬다. 갑을방적은 이 나라에서 달러를 가장 많이 버는 외국 투자 회사이다. 서울과 유럽을 잇는 우리 국적 화물기들이 주 26편 타쉬켄트 공항에 기착하고 있다. 주로 목화 수출에 외화를 의지하다보니 외환사정이 여의치 못해 외국 투자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천연가스 원유 금 우라늄 등 전략자원이 풍부해 잠재력이 큰 나라이다. 내륙국으로서의 취약점을 보장하기 위해 중국 키르키츠스탄과 공동으로 진행중인 실크로드 복원사업이 실현되면 중국 신장성으로부터 톈산을 넘어 타쉬캔트에 이르는 천산남로가 다시 트여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어지게 된다.

23만 한인 동포를 품고 있는 나라, 한국을 배우고 싶어하는 나라, 중앙아시아의 중앙 우즈베키스탄,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우리 기업들에게는 기회의 땅이다. 이 나라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4∼6일 2박3일동안 한국을 국빈방문하고 있다.

최영하(주우즈베키스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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