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라운드는 97년 국채보상운동 9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국채보상운동은 1907년 당시 구한말 정부가 진 빚을 민간이 대신 갚겠다고 대구에서 발원했던 운동.
대구라운드 추진은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 들어간 98년 초 국채보상운동 91주년을 맞아 공식화했다.
▼투기자본의 해약 경고▼
IMF관리체제 이후 우리는 IMF나 세계은행(IBRD)과 같은 국제기구, 그리고 ‘자본의 세계화(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자본 이동)’와 같은 용어와 현상에 익숙해졌다.
외환위기의 뼈저린 경험은 시민운동의 시야를 국내 경제정의 실현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국가간 경제정의 달성의 수준으로 넓혀놓았다.
여기에는 시민단체나 시민운동가들 사이에 외환위기나 가난한 나라들의 누적된 채무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각국 시민들이라는 깨달음과 반성도 크게 작용했다.
대구라운드는 5월 한국위원회를 발족하고 지향점을 구체화했다. 동아시아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그 원인을 내부의 결함에서 찾는 동안 국제금융질서의 문제점을 간과했다는게 배경.
즉 자본자유화와 함께 선진국 금융자본은 투기자본화해 전세계적으로 환율과 금리불안을 증폭시키고 개발도상국의 누적된 빚은 세계경제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
이 과정에서 IMF와 선진 7개국(G7) 등은 공정한 중재자가 아니라 국제금융자본의 방만한 투기나 대출을 손해보지 않도록 지원해 투기를 조장하는 역할을 했다고 비판한다.대구라운드는 이러한 비판적 입장을 가진 단체와 개인들이 ‘둘러앉아(라운드)’ 채권국의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고 금융자본의 세계화에 맞서는 민주적 통제체제를 갖추려는 목적을 내세우고 있다.
▼새 국제금융질서 모색▼
김영호(金泳鎬·경북대교수)조직위원장은 “대구라운드는 일방적인 부채탕감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국과 채무국이 협의를 통해 새로운 국제금융질서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구라운드 세계대회는 △세계외채문제의 현단계 △자본자유화와 국제투기자본 △새로운 국제금융질서와 아시아의 지속가능한 성장(이상 7일) △국제금융기구 종합평가(8일) 등의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토론과는 별도로 △금융자본의 세계화와 시민사회의 대응 △세계시민사회운동의 조류를 주제로 국내외 인사들이 시민들을 위한 특강도 함께 진행한다.
▼시민운동 조류 특강도▼
이번 대회에는 외채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30여개 국제단체 대표나사무총장들이참여하고한국시민단체협의회와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등 39개 국내 NGO와노동조합등이동참한다.
국제단체로는 세계 50여개국의 종교 시민단체들이 제삼세계 채무국의 상환불가능한 빚을 2000년까지 완전 탕감하자는 ‘주빌리2000’과 모든 외환거래에 일정비율의 세금을 매겨 시장을 안정시키자는 아탁(ATTAC) 등이 대표적.
개인으로는 노벨경제학상 단골후보로 20여년 전부터 국제투기자본의 해악을 경고해온 인도 태생의 미국 경제학자 자그디쉬 바그와티가 참가한다.
이찬근(李贊根·인천대교수)사무총장은 “국제금융질서를 새롭게 짜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라며 “국제경제정의를 실현하도록 국제시민단체들간 네트워크를 구성하는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
〈이 진기자〉leej@donga.com
▼NGO 취재팀▼
권순택(사회부차장·팀장) 김진경(생활부) 윤영찬(정치부) 이 진(경제부) 홍성철(사회부) 선대인(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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