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약을 통해 스톡옵션과 함께 경영전권을 위임받은 경우가 미국식. 고병우(高炳佑)동아건설 회장, 전하진(田夏鎭)한글과컴퓨터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김선홍(金善弘)전 기아그룹 회장처럼 ‘재벌총수화한 전문경영인’은 아니지만 후계자를 지명할 정도의 힘을 갖고 있다.
그 다음으로 막강한 것이 장군형. 경영계약을 하지는 않지만 오너의 신임을 받아 사실상 경영전권을 행사하는 경우. 대상 고두모(高斗模)회장처럼 오너가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선언해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상머슴형은 ‘사장급 직원’에 가깝다. 정태수(鄭泰守)전 한보그룹 회장의 말처럼 ‘자금집행 등 기밀영역에는 접근할 수 없고 잔심부름만 하는’ 유형.
요즘 부쩍 많아진 것이 중간계투형. 오너가 외부의 눈을 의식해 물러나 있거나 2세 또는 3세가 경영수업을 하는 동안 잠시 회사를 맡는다. 대웅제약 동신제약 대림그룹 등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SK그룹 손길승(孫吉承)회장과 대한항공 심이택(沈利澤)회장의 운명이 업계의 관심을 모으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IMF위기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올 8월 현재 103개)이 급증하면서 얼굴마담형이 많이 기용됐다. 정계나 금융계에 발이 넓다. 워크아웃은 결국 ‘정부와 채권단과의 협상을 통한 부담 줄이기’에 다름아니기 때문.
미국식을 제외하고는 언제 옷을 벗어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입장에 있다. 일이 꼬이면 주범인 오너 대신 검찰에 출두해야 하는 비운도 각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