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진원지는 문화관광부 산하 영화진흥공사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새로 발족한 영화진흥위원회다. 영화진흥금고와 종합촬영소 운영을 통해 영화제작을 지원하는 단체다. 영화인 상당수가 위원회 출범을 환영한 것은 관 주도에서 탈피해 민간 주도로 운영된다는 점이었다. 이 기구가 내분에 휩싸인 것은 ‘민간주도’라는 명분에 걸맞지 않게 전직 문공부 관료 출신이 위원장에 발탁되고부터다. 영화단체들은 ‘반개혁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고 엊그제는 정지영 문성근 안정숙씨 등 3명의 영화진흥위원이 사퇴해 위원회는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됐다.
▽이들은 영화계에서 ‘개혁성향’으로 알려진 인사들이다. 직접적인 사퇴동기는 문화부가 영화진흥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과거에 없던 ‘영화진흥위원회는 예산집행 규모 및 기본 방향에 대해 문화관광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이었다. 이들은 이 조항을 정부가 과거처럼 영화진흥위를 직접 통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항의표시로 사퇴서를 냈다고 밝혔다.
▽현 정부는 ‘국민의 정부’임을 내세워 모든 분야에서 개혁을 강조해 왔다. 문화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진흥공사를 위원회 체제로 바꾸면서 문화부가 내세운 것도 개방성과 자율성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문화행정을 보면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로 되돌아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소리가많다.정부는 내년도 문화예산1%확보를자랑한다. 하지만 문화부 산하 단체에 이런 갈등이깊어지는한어렵게마련한 예산이 효과적으로 집행될지 회의가 앞선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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