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밀레니엄/미디어정치 개막]레이건 TV 덕 봤다

  • 입력 1999년 10월 6일 19시 47분


‘TV가 낳은 최초의 정치적 슈퍼스타는 존 F 케네디였다. 이 청년 정치가 덕분에 TV는 발전했고 TV에 의해 그도 역시 위대해졌다. 양자는 서로를 위해 태어났고 서로를 이용했다.’(데이비드 하버스톰 ‘언론의 권력’)

케네디 외에도 TV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정치가들이 많았다. TV에 잘 맞고 TV를 잘 활용했던 정치 지도자들로는 미국의 레이건전대통령과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전대통령, 영국의 마거릿 대처전총리, 구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전대통령 등이 꼽힌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할리우드 배우 출신 답게 서부시대의 카우보이 같은 모습과 시원시원한 말솜씨로 TV를 사로잡았다. 국정 실무를 잘 몰라 실언을 한 경우도 많았지만 재치있는 말로 넘어가곤 했다. 실무에 능한 지미 카터가 이란 인질극 사태를 맞아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TV에 노출한 반면 레이건의 언론대책반은 대통령의 불안한 모습을 절대 TV에 노출시키지 않아 ‘강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심었다.

서방의 전파 미디어에 구소련을 개방했던 고르바초프전대통령은 스스로 텔레비전 정치무대의 주역으로 활동했다. 동서 해빙무드를 타고 미국 유럽 아시아 등의 외교무대에 나선 그는 카메라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고 그후 동구에 독립과 개혁의 바람이 더욱 세게 몰아치게 되었다.

대처전총리는 집권시절 주요 정책을 발표하거나 연설할 필요가 있을 때는 영국의 전통인 의회연설보다 TV연설을 선호했다.

일본 총리와 TV공개회담을 할 때 동시통역 이어폰이 끼워지지 않아 큼직한 귀고리를 빼라고 하자 “안돼요. 귀고리를 빼면 늙어 보여 싫어요”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결국 대처는 귀고리를 빼지 않고 이어폰을 끼웠다. 그는 TV카메라 앞에 설 때는 머리모양부터 바꾸고 마이크 앞에서는 목소리를 차분히 낮추는 등 TV에 익숙한 지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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