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시골 초등학교의 작은 운동회’를 연상케 하는 즐거운 광경들.
그러나 이는 서울대 사범대 체육교육과 김의수(金義洙)교수의 지도 아래 자원봉사자 30여명이 자폐증과 외상성 뇌손상, 다운증후군 등을 앓고 있는 어린이 30여명을 치료하는 ‘서울대 특수체육 프로그램’ 수업이다.
이 수업은 ‘운동요법’을 통해 아이들의 병을 호전시키고 진행을 늦추는 것.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됐지만 국내에는 별로 시행하는 곳이 없다.
평소 말이 없고 움직이지 않으려던 아이들은 이 수업시간만 되면 ‘딴 사람’이 된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선생님의 손을 잡고 체육관 안을 달려도 보고 조용한 음악 속에 바닥에 누워 명상하기도 한다. 이를 지켜보는 부모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핀다.
늘 풀이 죽어 있는 상국이(11·가명·서울 서초구 반포동)도 이때만은 활기차다. 상국이 어머니(37)는 “처음 왔을 땐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던 아이가 수업을 통해 조금씩 나이에 맞게 명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여름 겨울방학 각 한달을 제외하고 매주 이틀씩 꼬박 아이들을 가르쳐 왔다. 수업이 1대1 개별지도인데다 아이들마다 프로그램이 조금씩 달라 교사들은 누구도 빠질 수 없다.
올초 자원봉사에 참여한 최현주(崔炫柱·27·여·체육교사)씨는 “불가피하게 내가 못 나오면 ‘우리 창호(8·가명)’가 놀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씨의 정성 탓인지 처음에는 눈을 마주치기조차 꺼리던 창호가 이제는 최씨만 만나면 함께 놀자고 야단이다. 때문에 최씨는 2시간 거리의 경기 안산에 집이 있지만 수업에 빠질 수가 없다.
대부분 학생 또는 직장인인 다른 자원봉사자들도 마찬가지다. 창립멤버로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온 서울대 체육교육과 박사과정인 한동기(韓東璂·35)씨는 지난 3년간 단 한차례도 수업을 거르지 않았다.
한씨는 “자기 세계에 갇힌 자폐아동에게 끊임없는 관심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체계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더디지만 아이들의 상태가 조금씩 나아진다”고 말했다.
토요일 오후에는 수업 뒤 교사들이 모여 심리학에 관한 우수논문을 읽고 토론을 벌이고 새로운 운동요법에 관한 브레인 스토밍을 한다. 또 간혹 부모들과 함께 모여 아이들의 상태를 점검, 새로운 프로그램을 짜며 봄가을에는 캠핑을 가기도 해 학부모들의 호응이 높다.
이처럼 정성이 담긴 교육 탓에 알음알음 소문이 나 이미 80여명의 아이들이 대기중이다. 교육에 참여하려면 2년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김교수는 “자원봉사자만 더 있으면 좀더 많은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을텐데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며 자원봉사자의 참여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02―880―7790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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